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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DO IT/기자체험시리즈]스포츠클라이밍

입력 | 2010-10-30 03:00:00

지상 6m, 팔은 후들후들… 머릿속이 하얘졌다




《줄에 의지해 바위를 오른다. 가끔 하늘을 바라본다. 허리를 약간 젖힌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콧등에 떨어진다. 주머니에서 초코바를 꺼내 한 입 베어 문다. 예전 TV광고의 한 장면처럼. 하늘과 가까워지는 느낌이 산뜻하다. 그건 단지 상상일 뿐이었다. 지상으로부터 불과 6m. 땅도 하늘도 아닌 곳.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뿐이다. ‘올라가야 한다.’ 왜냐하면 내려가는 방법을 배우지 않았으니까. 일체의 잡생각이 사라진 느낌이 오히려 산뜻했다. 문제는 머릿속을 비운 듯 오르는 방법도 점점 기억이 안 난다는 것이다. 오갈 데 모를 막막한 상황. 결국 땅도 하늘도 아닌 눈앞의 벽을 선택했다. 팔은 떨리고 발은 자꾸만 미끄러져졌다. 갈 곳을 잃어버린 기자는 껌처럼 벽에 착 달라붙어 있어야만 했다.》
○ 땅에서 발을 떼다

중력을 거스른 거침없는 발걸음. 최근 스포츠클라이밍은 20, 30대 젊은층에게 적잖은 인기를 끌고 있다. 기자는 체험을 하기 위해 서울 강북구 번동의 노스페이스 아웃도어문화센터 실내암벽장을 찾았다. 체험은 3회에 걸쳐 진행됐다.

신발 착용부터가 고역이었다. 암벽화는 자신의 신발 사이즈보다 20mm 정도 작은 것을 신는다. 발가락이 꺾어지고 발등은 아프다. 좁고 뾰족한 돌을 밟고 오르기 위해서는 발끝으로 찍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중국의 전족 체험을 하는 듯한 아픔을 견뎌야 했다.

땅에서 발을 떼는 순간 손은 떨리고 발은 저린다. 하지만 정신은 맑다. 그저 올라야 한다는 간단한 명제만 머릿속에 있다. 더 오를 곳이 없는 순간의 쾌감을 맛본 후 다시 땅을 밟으면 날아갈 것 같다. 노스페이스 아웃도어문화센터에서 스포츠클라이밍 체험을 하고 있는 한우신 기자(위).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클라이밍의 기본은 삼(三)지점 만들기. 항상 몸을 삼각형으로 만들어 이동해야 한다. 양팔을 벌려 하나씩 돌을 잡았다면 다리는 한곳으로 모은다. 옆으로 가기 위해 다리 하나를 옮겼다면 양팔은 하나의 돌을 잡는다. 삼지점 자세는 몸 전체 균형을 맞춰준다. 복근의 힘을 이용하기에도 적합하다. 이론상으로는….

지상에서 30cm 높이에 있는 작은 돌 위에 발을 얹고 팔을 뻗어 돌을 잡았다. 땅이 주는 편안함을 거부한 순간이었다. 첫발을 ‘떼었다’는 표현이 참 적절했다. 설렘에 가슴이 떨리기 전에 팔부터 떨렸다.

클라이밍은 온몸의 근육을 이용한다. 평소에 잘 쓰지 않는 근육은 놀랄 수밖에 없다. 특히 돌을 잡고 몸을 지탱하는 데 핵심적인 손목과 팔꿈치 사이의 근육은 평소 컴퓨터 자판을 두드릴 때 썼을 뿐이었다. 삼지점 자세로 20m 길이의 암벽을 좌우로 왕복하기를 수차례. 수시로 기자의 팔 상태를 점검하던 프로 클라이머 김자하 씨(26)는 동료 한정희 씨(27)에게 외쳤다. “엥꼬(자동차 연료가 바닥났다는 의미의 일본어 속어).” 너무 고마웠다.

○ 정상을 향하다

두 번째 시간부터 본격적인 등반이었다. 첫 번째 단계는 꼭대기에 줄을 매달고 그 줄을 허리에 묶은 후 오르는 톱 로핑(Top Roping) 등반. 중간 중간 설치된 카라비너(로프를 연결하기 위한 고리)에 줄도 걸어야 했다.

허리에 로프를 걸기 위한 벨트를 찼다.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해 손에는 탄산마그네슘을 잔뜩 묻혔다. 11m 높이의 인공암벽. 인간이 가장 공포를 느낀다는 그곳에 굳이 오르기 위한 발걸음은 더뎠다. 수평이동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무게가 팔에 걸렸다.

아래에서 볼 때는 분명 잡을 수 있는 돌이 많았다. 하지만 발을 떼고 보니 돌은 모두 도망간 듯했다. 팔을 뻗어 위의 돌을 잡자니 발이 돌에서 미끄러질 것 같았다. 다리를 옮기자니 지탱할 손을 둘 곳이 마땅치 않았다. 카라비너에 줄을 거는 것도 수차례 연습했건만 실전에서 하려니 카라비너를 놓치고 카라비너 고리에 손가락이 끼기 일쑤였다.

마지막 과제는 리드 클라이밍(Lead Climbing). 꼭대기에 줄을 매달지 않고 허리에 묶인 줄만을 걸면서 올라가는 것. 그만큼 더 위험하다. 클라이밍을 처음 하는 초보자들은 본능적인 두려움 때문에 벽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상체를 뒤로 젖히면 카라비너에 줄을 걸기가 용이하다. 발을 옮기기에도 편하다. 등반 중간에 뒤를 보는 것은 금물이다. 공포가 밀려올 수 있다. 물론 뒤를 보는 것은 시켜도 하기 힘든 일이다. 줄에 매달려 바위를 오르노라면 온몸과 마음이 ‘올라야 한다’는 한 가지 생각으로 가득 차기 때문이다.

결국 더 오를 데 없는 곳에 이르렀다. 어느 고산 등반가의 말처럼 ‘빨리 내려가야지’란 생각만 들었다. 돌에서 손을 떼고 줄을 잡은 채 벽을 발로 차면서 내려왔다. 그 시간은 10초도 걸리지 않는다. 암벽화를 벗고 다시 땅바닥에 발바닥을 붙이는 순간, 여전히 머릿속은 하얗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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