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침설 지지? 남침 인정하지만 38선 북상 ‘침략’ 규정작정한 발언? 참전 60주년 행사서 당연한 ‘립서비스’
○ “北의 남침 부정하는 건 아냐”
시 부주석 등의 발언은 중국이 6·25전쟁의 원인을 북한의 ‘남침(南侵)’이 아닌 한국과 미국이 계획한 ‘북침(北侵)’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분명히 드러낸 것으로 상당수 우리 국민은 판단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시 부주석의 발언을 신중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 부주석 등의 발언이 북한의 남침을 부인한 것이 아니라 중국의 참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완범 한국학중앙연구원 세종국가경영연구소장은 “2000년대 들어 중국 교과서들이 대부분 ‘조선 내전이 발발했고 미 제국주의가 침략했다’는 표현으로 누가 전쟁을 일으켰는지 모호하게 처리하고 있다”며 “중국과 북한의 특수관계를 감안하면 이는 중국이 사실상 북한의 남침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중 학자들 사이에 6·25 논쟁과 관련해 학술 교류가 활발하지만 북한의 남침을 부정하는 중국 측 학자는 없다”며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확대시킬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 중국의 발언은 왜 나왔을까
정병준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는 “시 부주석의 발언은 어디까지나 대내용 정치적 수사”라고 진단했다. 발언 장소가 6·25전쟁 참전 60주년 기념행사라는 점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6·25전쟁에서 중국군 사상자는 최소 20만 명으로 추정될 만큼 피해가 컸다”며 “국가지도자로서 참전 노병들 앞에서 참전의 정당성을 부정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명림 교수는 “최근 중국이 북한의 김정은 체제를 인정하며 북-중 관계를 강조하는 밑바탕엔 이명박 정부가 미국과의 동맹을 강조하는 데 대한 반발이 깔려 있는 만큼 작은 움직임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