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 있는 자본주의 연구소’ 회장 라젠드라 시소디아 교수
사진 제공 럭스미디어
미국 유기농 식품 체인인 홀푸드는 학교를 대상으로 8월부터 ‘샐러드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홀푸드 매장 50마일 이내의 학교에서 신청을 받아 샐러드바를 무료로 설치해주고 있다. 음식과 각종 시설은 홀푸드의 고객과 협력업체가 기부한다. 이런 활동이 당장 수익으로 연결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어린이들에게 몸에 좋은 음식을 먹여 올바른 식습관을 길러준다는 측면에서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이런 활동은 직접적인 매출 향상을 위해 감각적이고 자극적인 수단을 동원하여 소비 욕망을 부추겼던 과거 마케팅 관행과 큰 차이가 난다. 하지만 펩시나 홀푸드 모두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려면 필수적인 활동이라고 입을 모은다.
―나쁜 마케터와 좋은 마케터를 가르는 기준은….
“마케팅을 20여 년간 가르쳤지만 자주 좌절을 느낀다. 판사나 소방관, 경찰관과 같은 직업들은 본질적으로 고귀하다. 하지만 ‘마케터들도 과연 이런 직업군에 속할까’라고 자문할 때 그렇다고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한다. 2004년께 전문가그룹 1000명과 일반 소비자 1000명 등 모두 2000명을 대상으로 연구조사를 실시했다. 마케팅이라는 단어를 접하면 무엇이 생각나느냐는 질문에 일반 소비자는 ‘성가시다’, ‘거짓말을 자주 한다’, ‘광고를 지나치게 많이 한다’ 등의 부정적 답변을 내놓았다. 전문가 그룹도 ‘마케터들이 회사의 비용을 많이 쓰지만 효과는 적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마케팅 비용이 느는데도 효과가 커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마케팅이 회사 측의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우리 제품을 쓰면 당신은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인기가 많아질 것이다, 멋져질 것이다 등 달콤한 유혹을 퍼붓는다. 이런 식으로 마케팅비 지출을 늘리면 고객들의 부정적 인식만 높아진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소비자의 삶의 질(quality of life)을 개선시키는 것(healing)이다. 이를 위해 고객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게(real needs)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원하는 것(wants)이나 욕망하는 것(desires)에만 집착해서는 안 된다. 마케터는 사람들이 필요(needs)로 하는 상품을 원하도록(wants) 이끌어야 한다. 예를 들어 마케터는 사람들이 담배나 알코올, 심지어 립밤에 중독되게 할 수 있다. 립밤도 자꾸 쓰면 입술이 건조해져서 립밤을 더 필요로 한다. 제품 사용 과정에서 또다시 새로운 수요가 만들어지도록 설계된 셈이다. 마케팅은 중독이나 욕망을 창조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정말로 필요한 상품을 사게 하는 것이다. 마케팅은 쿠폰을 뿌리는 등 야단법석을 떨면서 소비자를 낚아서도 안 된다.”
―이런 사례를 소개해 달라.
“맥도널드가 대표적이다. 맥도널드는 거대 점포망과 수십억 달러의 마케팅 비용을 무기로 사람들의 입맛을 바꾸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장난감을 주면서 햄버거 세트를 파는 해피밀을 생각해 보라. 좋지 않은 마케팅이다. 다행히도 최근에는 야채를 곁들인 메뉴나 유기농 커피 등 건강에 좋은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마케팅은 고객을 ‘좇는(following)’ 게 아니라 고객을 ‘이끌어야(leading)’ 한다. 올바른 수요를 창출해 소비자의 입맛을 점차 올바른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 특히 맛과 영양은 상충관계(trade-off)라는 고정 관념에 사로잡히면 안 된다. 맛있으면서도 영양가 높은 음식을 제공하겠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진정한 마케팅은 이런 상충 관계를 깨뜨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패스트푸드이면서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든지 편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힐을 만들어야 한다. 실제로 캐논은 조작하기 쉬우면서도 DSLR급 화질을 갖춘 카메라를 내놓았다. 젯블루는 낮은 가격에 고품질의 여정을 제공한다. 가죽 좌석에 30여 개 채널의 TV 모니터를 갖췄으며 고객이 스낵을 골라 먹을 수 있게 했다.”
라젠드라 시소디아 교수가 강조하는 삶의 질 향상 마케팅의 대표 사례 중 하나로 발볼이 넓은 운동화를 만드는 뉴발란스 스니커즈를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1800년대 후반 미국에서 윌리엄 라일리가 신발의 착용감을 향상시키기 위해 운동화 내부에 아치 모양의 받침을 깐 제품을 만들면서 탄생했다. 고객들의 호응이 이어지자 그는 발에 문제가 있는 사람을 돕기 위한 신발을 만들기로 했다. 이후에도 신발 전문가를 지속적으로 고용해 발의 편안함을 살리는 기본 정신을 그대로 유지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미국 벤틀리대의 라젠드라 시소디아 교수는 ‘깨어 있는 자본주의 연구소(Conscious Capital Institute)’ 창립자 겸 회장이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마케팅과 경영정책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3년 영국 마케팅 전문 연구소가 선정한 ‘뛰어난 마케팅 사상가 50인’에도 꼽힌 그는 ‘저널 오브 마케팅(Journal of Marketing)’과 ‘하버드 비즈니스리뷰’ 등에 100여 편의 논문을 실었다. IBM과 볼보, 스프린트 등 다수의 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저서로는 ‘사랑받는 기업(Firms of Endearment)’ ‘마케팅은 개혁이 필요한가?(Does Marketing Need Reform?)’ ‘빅 3의 법칙(Rule of Three)’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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