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선 치아 아픈 사람 돌봤는데 한국선 마음 아픈 몽골인 돌봐요”
28일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상담 중인 서드너모 서드블랙 씨.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서드너모 서드블랙 씨(33)는 몽골 이주민들 사이에서 유명인사다. 2008년 1월부터 서울글로벌센터에서 몽골인 상담원으로 일하며 몽골인 근로자들의 친구, 결혼이민자들의 언니, 유학생들에게는 선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8일 서울시 산하 서울글로벌센터에서 만난 서드블랙 씨는 “한 근로자는 공장에서 팔이 찢어지고 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는데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채 고용주에게서 퇴원하라는 강요를 받았다”며 “아직도 외국인 근로자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일이 많다”며 한숨지었다.
○ “밥 줘” vs “밥 줬잖아”
“한 근로자의 전화를 받았는데 사장이 밥을 안 준다는 거예요. 사장한테 전화했더니 꼬박꼬박 주는데 무슨 소리냐고 하더군요. 알고 봤더니 식사로 밥하고 나물만 나와서 그랬더라고요.”
몽골 사람들의 주식은 양고기 같은 육류다. 밥과 김치가 없으면 한 끼 식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한국인이 많은 것처럼 몽골인들도 고기가 없으면 제대로 된 식사가 아니라고 느낀다. 서드블랙 씨는 사장에게는 “근로자들에게 고기를 사주고 반찬도 고기를 자주 올려 달라”고 요청했다. 근로자에게는 “한국에 왔으면 한국의 식문화에 적응해라”라고 충고했다. 서로 적응하려는 노력과 소통이 필요한데 “돈 벌러 온 너를 내가 고용했으니 주는 대로 먹어라”고 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동료들은 그를 이주노동자나 결혼이민자들을 무조건 동정하고 보듬어 주는 것이 아니라 고쳐야 할 행동은 꼬집는 호된 상담원이라고 평가한다. 서드블랙 씨는 “이주민들도 서울에서 서울 사람으로 대접받고 살려면 한국인들이 납득할 수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치과의사에서 사회복지사로
“결혼이민 여성들은 20∼30년 동안 살아온 고국의 생활방식이 있는데 오자마자 한국인처럼 행동하라고 한다며 힘들어해요. 시댁 식구들이 집에서 아기에게 모국어를 못 쓰게 한다거나 아이 앞에서 한국어가 서투르다고 무시하기도 해요. 아이가 두 언어를 함께 배우면 좋은 일 아닌가요?”
서드블랙 씨는 “다문화사회 구성원들을 출신국의 경제 수준으로 구분하지 말고 각자의 문화와 개인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며 “한국 사회가 다른 문화를 얼마나 공존의 대상으로 인정하고 있는지 되돌아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