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 이명박 정부를 겨냥해 ‘한반도 평화 훼방꾼’이라고 발언했다는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주장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중국 정부가 공식 부인한 뒤에도 박 원내대표는 여전히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그는 그제 “내가 달을 가리키면 손가락은 볼 필요가 없다. 달을 봐야지”라고 말했다. 거짓말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도리어 정부를 공박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박 원내대표가 악의적 사실 왜곡을 통해 한중 외교에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국가 위신을 추락시켰다는 데 있다. 우리 외교부는 어제 “외교적 결례를 야기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중국 정부에 사실상 사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원인을 제공한 공당(公黨)의 책임자가 자성(自省)은커녕 자신의 말을 세상이 잘못 알아듣기나 한 것처럼 달이니 손가락이니 하며 불가의 법어(法語)를 끌어다 대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행태다.
사실상 중국의 차기 지도자인 시 부주석의 발언은 무게감이 남다르다. 박 원내대표의 전언이 사실이라면 한국과 중국 간에 심각한 외교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중대사다. 중국 외교부가 신속하게 “확인 결과 그런 발언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도 사안의 민감성을 말해준다.
박 원내대표는 자신은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고 강변하지만 김대중 정부에서 대북 문제를 다루면서 저지른 불법에 대해서도 거짓말을 했다. 최근에는 이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에 대해서도 악의적인 해석으로 천안함 폭침(爆沈) 원인을 오도한 바 있다. 그는 한중 양국 정부와 국민에게 사과하고 응분의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