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봉자 개개인의 사연을 보자면 ‘지구상에 이 같은 비극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눈물나고 가슴이 저리다. 지난 60년 동안 단 하루도 잊지 못한 피붙이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소식에는 억장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남쪽의 상봉 신청자 중 2000명 미만이 상봉의 기쁨을 누렸고 수만 명의 신청자가 상봉의 그날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2박 3일의 짧은 만남은 더욱더 길고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상봉한 가족들이 겪는 마음의 상처는 아니 만남만 못하다 할 정도로 고통스럽다고 한다.
언제까지 이 같은 비극을 이처럼 감질나게 끌고 갈 것인가. 이산가족 상봉 사업이 시작된 지 10년이 지났는데도 겨우 이 정도뿐이라면 비정한 북한 당국을 탓하는 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 최악의 인권유린국가이자 3대 세습의 독재정권과 책임 공방을 벌이는 것 자체도 언어도단이다. 과거 분단 시절 동서독도 해결했고, 아직도 분단된 중국-대만도 풀어낸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 우리 스스로 해답을 찾지 못한다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선진한국의 위상도 절반의 영광일 뿐이다.
북측의 의도와 생떼를 감안하더라도 이산가족 문제의 완전 해결을 위해 우리 정부와 국민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산가족 1인당 쌀 300섬씩 나눠줄 때 북한 당국이 원하는 규모라면 연간 1만 명은 상봉할 수 있을 것이다. 상봉에 소요될 제반 비용도 계산해 달라 하면 전쟁과 분단의 희생자들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에게 이산가족 문제만큼 절실한 인도주의적 과제가 없다면 이러한 인도주의 문제를 해결해 냄으로써 남북 간 진정한 화해의 빗장을 열어가야 한다. 천안함 사태에 대한 책임 추궁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해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과 동시에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이고 항구적인 해결책을 도출하는 일 역시 우리 정부의 책임이다. 지원한 쌀의 군사전용을 막기 위해 이산가족의 고향을 지정해 전달하고 상봉준비 물품과 장비는 현물로 제공하면 될 것이다. 회담대표단은 이산가족 문제에 다걸기하는 모습이 자칫 협상력의 약화로 비치지 않도록 조건 하나, 용어 한마디에도 전략이 묻어나도록 철저하게 준비해 회담에 임해야 할 것이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