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그룹에 대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1차적인 수사 타깃은 C&그룹이 전(前) 정권 시절 연쇄적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킨 이면에 있는 금융권 상대 로비에 맞춰져 있다. 검찰은 C&그룹이 2002∼2007년 ㈜우방을 비롯해 세양선박 ㈜진도 등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인수자금 대출을 받기 위해 정치권과 금융당국, 금융권에 전방위 로비를 펼쳤다는 의혹에 주목하고 있다.
C&그룹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영난에 빠져 법정관리 상태에 있던 부실기업들을 차례로 인수하며 단숨에 재계 71위 기업으로 뛰어올랐다. M&A에 필요한 자금은 대부분 은행 대출이나 C&우방, C&상선, C&중공업 등 인수한 상장기업에서 조달했다. 한 기업을 인수한 뒤 그 기업이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해 자금을 모으면 그 돈에 은행 대출을 합쳐 다른 기업 인수에 나서는 식이었다.
검찰 내부에선 C&그룹의 기업 인수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거나 계열사 간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순전히 인수 대상 기업의 자산만을 노리고 덤빈 경우가 많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C&그룹이 해당 기업의 인수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 위해, 또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M&A 승인을 이끌어내기 위해 로비에 나섰는지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C&그룹이 한때 40여 계열사를 둔 거대기업이었지만 단기간에 회사의 몸집을 불리면서 보인 행태는 전형적인 ‘기업 사냥꾼’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은행에서 받아낸 거액의 대출도 의혹의 대상이다. C&그룹에 대한 금융권 전체의 대출은 2008년 10월 말 1조3052억 원으로 대부분 회수가 불가능한 부실채권이 됐다. C&그룹의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은 일반대출과 사모투자펀드(PEF)를 통해 2274억 원을 지원했고, 농협(1586억 원), 외환은행(441억 원), 신한은행(439억 원), 대구은행(211억 원)도 자금을 댔다.
임병석 그룹 회장이 2000년대 후반 들어 무리한 조선소 건립으로 자금난을 겪자 회삿돈을 개인적으로 착복한 뒤 고의로 계열사의 상장을 폐지했다는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임 회장이 예전처럼 금융권에 손을 벌렸지만 정권이 바뀌고 금융권 인사들이 물갈이되자 은행의 자금 지원이 끊어졌다는 것. 당시 궁지에 몰렸던 임 회장은 일부 금융권 고위 인사를 직접 만나 지급보증이나 신규 대출, 또는 채무상환 연기를 요청하는 등 회사 구명에 총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임 회장은 계열사의 이익을 서류상 회사 등으로 빼돌리고 용지 등을 매각하면서 결국 C&그룹은 쇠락의 길을 걷게 됐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임 회장이 개인적으로 빼돌린 자금의 흐름을 쫓는 데 주력하는 한편 임 회장이 이 돈 가운데 일부를 은행 대출을 위한 로비자금으로 쓴 것이 아닌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한편 C&그룹은 법무법인 한결의 조승식 전 대검 형사부장과 안식 변호사 등으로 변호인단을 구성해 검찰 수사에 대응하고 나섰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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