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다 햄버튼의 겨울/김유철 지음/192쪽·9000원/문학동네
김유철 씨의 장편 ‘사라다 햄버튼의 겨울’은 고양이, 카페의 아르바이트 학생, 오랜만에 재회한 계부. 주변 사람들과의 섞임을 통해 마음의 상처와 화해를 묘사한다. 일러스트 제공 문학동네
올해의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인 김유철 씨(39·사진)의 장편 ‘사라다 햄버튼의 겨울’은 이런 편견에서 비켜나 있다. 이 소설은 말하자면, ‘간을 순하게 한’ 작품이다. 소설의 많은 주인공이 그렇듯 ‘사라다…’의 사내도 오랜 연인과 실연하는 데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몇날 며칠을 술과 폭식으로 지내고, 다니던 직장에서 잘리고는 좀처럼 재취업하기 어렵고, 붙잡을 만한 인연일 것 같았던 또 다른 여성과의 관계 맺기도 어긋나지만 놀랍게도 이 소설은 따뜻하다.
K의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동거하던 여자친구 S마저 집을 떠났다. 쓸쓸하고 우울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K에게 고양이 한 마리가 찾아왔다. 이름을 ‘사라다 햄버튼’으로 지어주고 K는 고양이와의 동거를 시작한다. 고양이가 샐러드를 잘 먹는다는 것, 고양이를 만났을 때 울버 햄프턴의 축구경기를 보고 있었다는 것이 명명(命名)의 연원이다. ‘샐러드’보다는 ‘사라다’가, ‘햄프턴’보다는 ‘햄버튼’이 순전히 발음하기 쉽다는 이유이지만, 그 이름은 소설 전체를 부드럽게 비추는 조명 같은 역할을 한다.
김유철
“힘들지만 아름답고 뭉클한 장면,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는 작가 김유철 씨. 그러면서도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미화시키는 것 같아 좋은 현상은 아닌 듯싶다”며 고민이다. 그러나 이 소설이 명시하는 부분은 “우리가 누군가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이 온전히 사라지고 난 뒤에 가능하다는”(소설가 이기호) 것이다. 이는 마냥 따뜻하지 않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음으로써 성숙하게 되는 인생의 메시지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