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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史·哲의 향기]인간존재 규명하는 철학의 9大키워드

입력 | 2010-10-23 03:00:00

◇인간을 이해하는 아홉 가지 단어/한국철학사상연구회 지음/351쪽·1만5000원/동녘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철학이 가장 오랫동안 고민해온 질문이면서 가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기도 하다. 1989년 창립돼 연구자 300여 명을 회원으로 둔 한국철학사상연구회가 이 답에 접근하기 위한 아홉 가지 단어를 제시했다. 소수자, 인정, 가족, 기술, 이기주의, 욕망, 개인, 덕, 사이보그다. 단어 하나씩을 학자 한 사람이 맡아 그 개념에 천착한 철학자들의 사상을 소개하고 현실과 연결지어 설명했다.

첫 번째 단어 ‘소수자’가 중요한 이유는 이 단어가 ‘인간은 평등하다’는 명제와 직결되기 때문. 들뢰즈는 소수자가 무엇을 뜻하는지 가장 명쾌하게 설명한 철학자로 꼽힌다. ‘소수자’ 편 저자인 연효숙 연세대 인문학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들뢰즈는 소수자를 수적으로 적은 사람들이 아니라 그 사회의 표준 모델에서 벗어난 사람들로 규정했다”고 썼다. 그러나 들뢰즈의 시각에서 소수자는 사회의 패배자가 아니라 표준에서 일탈하고 새로운 생성의 잠재적 역량을 갖는 존재들이다. 그는 소수자를 억압하는 사회 체계를 탈피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가 획일적 가치에서 벗어나 자신을 새롭게 바꿔나가기, 즉 ‘소수자-되기’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인간이 가진 가장 본질적인 욕구 중 하나는 바로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다. 이정은 연세대 외래교수는 ‘인정’ 편에서 이 인정욕구를 둘로 나눈다. 바로 남만큼 되고 싶은 ‘평등욕구’와 남보다 더 나아지고 싶은 ‘우월욕구’다. 헤겔은 ‘정신현상학’에서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을 통해 이 인정욕구가 남이 나를 인정하도록 만들기 위한 대립, 즉 인정투쟁으로 발전 작용하는 메커니즘을 밝혔다. 그는 나아가 ‘인정욕구와 인정투쟁이 없다면 참다운 나를 정립할 수 없다’는 논지를 펼친다. “자기의식은 또 하나의 자기의식과 절대적으로 맞서 있으며 그렇게 대립하면서 자유롭게 존재한다.…자기의식은 홀로 존재할 수 있지만, 그러나 동시에 다른 자기의식과 대립하고 대립을 통일시키며 인정받을 때만 자신의 ‘무한성’을 실현하게 된다”는 것이다.

‘기술’과 ‘사이보그’ 편은 인간이 미래에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에 답한다. ‘사이보그’ 편은 성형이나 성전환, 인공생식 등 지금은 익숙해진 단어들이 ‘몸의 사이보그화’의 단편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이 문제를 성찰한 학자로는 미국의 도나 해러웨이와 독일의 한스 요나스가 있다. 해러웨이는 여성주의 입장에서 인간의 사이보그화를 여성 해방의 메타포로 해석한다. 요나스는 인간이 기술을 통제할 수 있다고 본 해러웨이와 달리 생물학적 기술의 예측 불가능성을 강조하며 기술문명에 관해서는 공포에 기반을 둔 책임감이 요구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인간이 모인 가장 작은 집단인 ‘가족’, 인간은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에 답하는 ‘덕’ 등 인간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를 단어에 따라 소개한다.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는 철학자가 가상 토론을 펼치거나 드라마와 영화, 실제 뉴스 등에 철학 사상을 적용해 설명하는 시도 등을 통해 난해한 내용을 쉽게 풀어냈다. 권력, 진보, 민족, 전통, 소비, 합리성, 오리엔탈리즘, 환경, 문명을 설명한 ‘세계를 바꾼 아홉 가지 단어’, 빈곤, 소유, 기업, 분배, 정보, 공동체주의, 저출산 고령화, 노동, 신자유주의를 설명한 ‘현실을 지배하는 아홉 가지 단어’도 함께 출간됐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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