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비용 논의가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통일세 등 현실적 방안을 준비해야 할 때가 됐다"고 밝힌 뒤 정부여당은 통일비용 조달방안을 연구 중입니다. 민화협 주최로 최근 열린 포럼에서는 정부 예산의 일부분, 가령 예산의 1%를 통일기금으로 적립하는 방안 등이 거론됐습니다.
북한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통일은 종전보다 현실성을 띠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통일비용 논의는 감상적 차원이 아니라 '경제 마인드'를 갖고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문제를 '강 건너 불'로 여길 수는 없지만 비용을 최소화하고 효과를 극대화하는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정부 내 논의도 통일부가 독점하지 말고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가 동참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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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이 튼튼하면 갑자기 많은 재원이 소요되는 돌발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처할 여력이 그만큼 커집니다. 우리가 1997년 외환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결정적 원인은 압축적 경제개발 과정에서도 재정 건전성에 신경을 썼기 때문입니다. 최근 만난 전직 경제장관은 "조세부담률과 국가채무비율을 가급적 낮은 수준으로 유지했다가 북한 급변사태 시 세금인상이나 국채 발행을 통해 통일비용을 마련하는 것이 통일세나 기금 적립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했습니다.
'경제의 파이'를 더 키워놓는 것도 중요합니다. 경제의 절대 규모가 커지면 같은 통일비용이라도 국가적, 국민적 부담이 줄어듭니다. 반면 경제가 나빠지면 경기 부양을 위해 돈 쓸 곳은 많은데 세입은 축소돼 재정적자가 커지고 통일비용을 마련하기 더 어려워집니다. 세입의 기반 확대 및 재정 건전화와 직결되는 경제성장은 통일 후의 연착륙을 위해서도 필수적 전제조건입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