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이 한국 정부를 가리켜 ‘한반도 평화 훼방꾼’이라고 말했다는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마자오쉬(馬朝旭)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어제 “확인해본 결과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공식 부인했다. 지난해 5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시 부주석의 면담 내용을 기록한 주중(駐中) 대사관 면담요록과 김 전 대통령 측 면담록에도 그런 내용은 없다. 신정승 당시 주중 대사를 비롯한 정부 측 배석자들도 그러한 언급이 없었다고 부인한다.
최경환 김 전 대통령비서관의 증언은 엇갈린다. “평화 훼방꾼이라는 말은 없었지만 비판 발언은 있었다”거나 “(평화훼방꾼 얘기를 포함해) 박 원내대표의 말은 사실”이라는 식으로 오락가락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보면 박 원내대표의 발언이 어디까지 진실인지 알 수 없지만 최소한 ‘평화 훼방꾼’ 발언은 없었던 것 같다.
발언의 진위와는 별개로 양국 지도자급 사이에 있었던 대화 내용을 놓고 1년 5개월이 지나서 말을 했느니, 안 했느니 뒷공론을 일으키는 자체가 외교적 결례에 해당한다.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장과 장관까지 지낸 사람이 외교문제가 될 수도 있는 발언을 불확실한 기억에 의존해 쏟아내는 것은 신중치 못한 처신이다. 자기 과시를 하거나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워 당내 입지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지 몰라도 한중 외교관계를 해치는 부적절한 발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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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진짜 ‘평화 훼방꾼’은 바로 천안함을 폭침(爆沈)시키고 3대 세습을 진행하는 북한이 아닌가. 북한의 평화 파괴에 대해서는 제대로 비판하지 못하고 오히려 편들기에 급급한 박 원내대표의 행태를 납득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