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균관 스캔들’ 유아인 인터뷰
삐딱하게 눌러쓴 모자, 오리털 파카에 반바지 그리고 어그 부츠. KBS ‘성균관 스캔들’ ‘잘금 4인방’의 불량아 유아인(24)은 묘한 배우였다. 경기 화성 세트장에서 만난 그는 불량하기 짝이 없는 복장을 하고서도 빛이 났다. 그가 맡은 문재신이 성균관의 최대 문제아이면서도 ‘걸오앓이녀’들을 거느리듯 말이다. 문재신은 미친 말처럼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거칠기 짝이 없어 ‘걸오(桀오)’로 불린다. 성균관의 짐승남이다.
“기존의 짐승남은 근육 속에 갇힌 인물인데 제가 생각하는 짐승남은 틀이 없는 사람이에요. 울타리에 가둬놓은 짐승이 아닌 정말 산짐승 같은….”
유아인은 “문재신이라는 껍데기를 통해 엄홍식(본명)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캐릭터를 통해 내가 가진 것을 극대화시키는 것’은 그의 연기관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문재신이 시국을 비판하는 붉은 문서인 ‘홍벽서’를 뿌릴 때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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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스캔들’ 시즌2가 제작된다면? 유아인은 “더 하고 싶진 않다”고 했다. 문재신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걸 다 보여줬기 때문이란다. 사진 제공 와이트리미디어
“그게 청춘이잖아요. 대응책까지 제기할 수 있으면 재신이가 영의정 좌의정 하죠. 대부분 사람들은 문제의식도 없이 살아요.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다 보면 해답에 접근하겠죠.”
그는 같은 이유로 주인공 잘금 4인방이 좌절하면서 드라마가 끝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리에겐 아무런 힘이 없다’는 갑갑함과 무기력감을 10, 20대 시청자들이 함께 느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더 많이 분노할 수 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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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비주류가 정해진 건 아니잖아요. 대중적인 것이 주류, 그렇지 않은 것이 비주류라면, 비주류를 주류로 바꿀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에게 그 힘이 있다고 믿으면서 일을 하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정말 일을 놓아야 해요. 내가 주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을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준다면 그게 주류가 되는 길이니 좀 더 영악해지려고 노력해요.”
끓는 청춘 문재신이 40대가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이정무의 자리(좌의정)까지 올라갔으면 좋겠어요. 그 시대의 홍벽서를 만나서 화살을 맞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의 이정무보다 좀 더 나은 이정무로 살고 있으면 되지 않을까요.”
체제 전복을 꿈꾸는 문재신이 현실 정치인의 좌장이 된다니,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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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김아연 기자 aykim@donga.com
▶[O2 기사 풀버전]유아인“끊임없이 문제 제기하는 홍벽서, 그게 청춘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