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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 검찰수사 알고도 경영권 승계 지분 매입

입력 | 2010-10-20 03:00:00

압수수색 5일前 한국도서보급, 대한화섬 주식 사들여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48)이 검찰이 불법 증여·상속 정황을 포착하고 압수수색을 준비하는 상황에서도 자신과 아들의 개인회사인 한국도서보급에 주요 계열사 지분을 몰아주는 등 후계 구도를 염두에 둔 그룹 지배권 강화에 나섰던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도서보급은 8일 대한화섬 주식 1만3280주(1.0%)를 시간외 대량매매를 통해 주당 7만1600원씩 총 9억5000만 원에 사들였다. 이로써 한국도서보급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한화섬 지분을 종전 16.74%에서 17.74%로 늘렸다.

매매 시점은 검찰이 서울 중구 장충동에 있는 태광그룹 본사와 부산 소재 고려상호저축은행 등 계열사 2곳을 전격 압수수색하기 5일 전이고 이 회장이 히말라야 트레킹을 위해 출국한 날이다. 대량매매는 사전에 특정인과 특정 주식을 사고팔 것을 약속한 뒤 이뤄지는 거래로 매도 주체가 누구인지 주목된다. 이 회장은 12일 공시를 통해 “단순 추가 취득”이라고 밝혔다.

한국도서보급은 이 회장이 지분 51%, 이 회장 아들인 현준 군(16)이 나머지 49%를 보유한 개인회사다. 태광산업은 앞서 지난달 13일 대한화섬 지분 전량(16.74%)을 한국도서보급에 매도하면서 한국도서보급이 대한화섬의 최대주주로 떠올라 “부당 내부거래에 의한 편법증여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한국도서보급이 대한화섬 지분 매집에 나선 것은 이 회장이 안정적 경영권 유지를 위해 치밀한 준비를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사모펀드인 서울인베스트 박윤배 대표는 지난달 20일 태광 비리를 검찰에 제보하기에 앞서 이 회장 사무실과 자택으로 자신이 조사한 이 회장의 ‘비리 자료’와 함께 “정상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관련법에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냈다. 태광 측은 박 대표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검찰 수사가 진행될 수 있음을 알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도서보급이 추가로 대한화섬 지분을 사들인 것과 관련해 검찰이 수사에 들어간 것을 알고 마음이 조급해진 이 회장이 서둘러 그룹 상속 문제를 마무리하려고 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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