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인연이 깊지만 올해까지 24회 대회가 치러지는 동안 한국은 한 번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를 개최한 적이 없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에 빛나는 한국 야구의 안타까운 자화상이다.
한국에는 그만한 국제대회를 치를 야구장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 잠실이나 인천 문학구장은 프로 구단이 사용하기에도 벅차다. 프로야구 비시즌에 청소년대회를 열기에는 날씨가 좋지 않다. 이 같은 이유로 한국은 매번 국제대회 주최권을 이웃 일본이나 대만에 양보해 왔다. 그런 점에서 2012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서울 유치는 잠실구장 개장 기념으로 1982년에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이어 30년 만의 경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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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울시의회가 내년도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심의하면서 고척동 돔구장을 포함해 4건의 대규모 개발사업을 심의 안건에서 제외하면서 대회 개최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약 20개국에서 600여 명의 선수단과 관계자들을 이미 초청해 놨는데 막상 잔치를 열 공간이 없어질 위기다. 국제적인 망신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고척동 돔구장 자체도 사실 야구계의 뜻보다는 정치 논리로 탄생한 구장이다. 서울시가 아마추어 야구의 요람인 동대문야구장을 허무는 대신 지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관중 수용 규모 2만 명의 돔구장은 국제적인 눈높이로는 좋은 구장이라고 하기 힘들다. 그나마 한국 최초의 돔구장이라는 상징성 덕분에 야구팬들의 환영을 받았을 뿐이다. 이제는 그마저도 서울시의회의 반대에 따라 표류 위기를 맞고 있다.
서울시와 의회의 힘겨루기 사이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야구팬과 시민들이다. 프로야구 가을 잔치인 포스트시즌이 한창인 요즘 그분들은 야구도 안 보는 것일까.
이헌재 스포츠레저부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