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버다이빙은 ‘돈 벌어주는’ 취미죠”
해외에서 공직 생활을 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김 대표는 미국 브라운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국제금융정책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미국 최고의 투자은행으로 꼽히는 골드만삭스의 자산운용부서 아시아·동유럽 총책임 운용자를 지내는 등 일찍부터 월가에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았다.
“돈 버는 일이 취미”라고 해도 믿길 정도로 화려한 경력을 가진 김 대표의 진짜 취미는 스쿠버다이빙. 그는 “스쿠버다이빙은 돈 벌어주는 취미”라고 귀띔했다. 매일매일 엄청난 스트레스와 긴장 속에서 마음이 흐트러지면 잘못된 판단을 할 수도 있는데 스쿠버다이빙이 그것을 방지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스쿠버다이빙을 즐기고 있는 김정식 웅진캐피탈 대표가 수많은 물고기 사이를 헤엄쳐 다니고 있다. 김 대표는 “바닷속 세상은 상상 그 이상”이라며 “일상에서 복잡했던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지는 느낌이 좋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웅진캐피탈
“태국으로 골프 치러 갔는데 장시간 비행 후 바로 시작하는 스케줄이다 보니 몸의 밸런스가 흐트러지고 집중력도 현저하게 떨어져 공이 잘 맞지 않았어요. 그날 골프는 완전히 망치고 일찌감치 호텔로 돌아와 쉬고 있는데 스쿠버다이빙 장비 매장이 우연히 눈에 들어왔습니다.”
호텔 안에 있던 매장은 당시 한 번도 스쿠버다이빙을 해보지 않은 초보자들을 위해 기초 교육을 한 뒤 곧바로 바다로 나가 스쿠버다이빙을 체험해 보게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당시 김 대표의 첫 스쿠버다이빙 체험은 사진으로 남아 지금도 김 대표 컴퓨터의 바탕화면을 장식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그는 스쿠버다이빙에 빠졌다. 스쿠버다이빙은 ‘운동광’인 김 대표를 2년 동안이나 사로잡고 있다.
○ ‘인어공주’ 만화영화 같은 바닷속 풍경
환상적인 첫 경험 후 한국에 돌아온 김 대표는 곧바로 스쿠버다이빙 강습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스쿠버다이빙이 자못 육중해 보이는 장비 때문에 배우기 쉽지 않고 비용이 많이 들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며 “국내에도 여러 교육기관이 있어서 쉽게 배울 수 있으며 장비를 직접 구입하지 않는다면 30만∼50만 원이면 기본 교육을 마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본 교육은 4일 동안 교재를 통해 각종 이론을 공부하고 이어 5m 깊이의 풀장에서 스쿠버다이빙 기초를 실습하는 것으로 구성됐다. 김 대표는 기본 교육을 마친 뒤 2009년 초 필리핀에서 자격증 시험을 통과했다.
○ 머릿속을 한 번씩 백지 상태로 만들어
김 대표는 자격증을 딴 이후로는 주로 제주도와 강원도 지역에서 스쿠버다이빙을 즐기고 있다. 특히 강원도는 김 대표가 즐겨 찾는 지역. 이 지역 바다는 사실 초보자에게는 다소 위험할 수 있지만 스쿠버다이빙을 더 많이 즐기면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려는 바쁜 다이버에게는 좋은 곳이다. 스쿠버다이빙을 한 뒤에는 바닷속과 지상의 압력 차로 인체의 여러 기관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비행기까지 타게 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스쿠버다이빙을 한 지 최소 10시간 이상 지나야 비행기를 탈 수 있다. 그런데 주말을 이용해 제주도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할 경우 10시간이 지난 뒤에 비행기를 타야 한다는 제약 때문에 일요일에는 스쿠버다이빙을 즐길 수 없다는 것. 반면 강원도는 자동차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토요일과 일요일 내내 스쿠버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스쿠버다이빙의 원칙은 자산운용 전문가들이 지켜야 할 원칙과도 비슷하다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다. 스쿠버다이빙에서 한 번의 사고는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안전장치가 최우선이다. 김 대표와 같은 자산운용가들도 다른 사람들로부터 돈을 위탁받아 투자하기 때문에 항상 안전장치를 마련해 둬야 한다는 것.
김 대표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몰디브나 갈라파고스 주변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는 것이 꿈이다. 물론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웅진캐피탈의 성공이 먼저다. 웅진캐피탈은 내년을 목표로 1조 원 규모로 스마트폰 관련 분야의 투자 자금을 모을 계획이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 김정식 대표이사는
―1965년 태국 출생
―1986년 미국 브라운대 졸업
―1991년 육군 장교로 전역
―1997년 미국 하버드대 국제금융정책학 박사 수료
―1997년 골드만삭스 아시아·동유럽 총책임 운용자
―2000년 오라이언퍼시픽투자 대표이사
―2006년 웅진캐피탈 대표이사(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