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美-獨등 해외 44곳 작품 2년간 소장자 설득 빌려와 日단잔신사 ‘수월관음도’ 등 다시 보기 어려운 걸작 많아
■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일본 단잔신사에 있는 수월관음도. 고려 후기, 비단에 채색, 110cm×57.7cm. 화려한 금니와 고운 색채가 살아 있는 고려 불화의 명품이다. 사진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이 마련한 ‘고려불화대전’이 12일부터 11월 21일까지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일본에 있는 고려 불화 27점을 비롯해 미국 유럽 국내에 있는 고려 불화 61점, 고려 불화의 전통을 계승한 조선 전기 불화 5점, 고려시대 불상과 공예품 22점 등이 전시된다.
현존하는 고려 불화는 모두 160여 점. 일본에 130여 점이 있고, 나머지는 미국 유럽 한국에 분산돼 있다. 세계 각지에 흩어진 고려 불화가 다량으로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도쿄(東京)국립박물관 나라(奈良)국립박물관 규슈(九州)국립박물관,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보스턴미술관, 프랑스 기메박물관, 독일 베를린동아시아박물관 쾰른동아시아박물관, 러시아 예르미타시박물관 등 총 44개 소장처에서 작품을 빌려왔다.
외국에 있는 고려 불화를 대여하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이 공들인 시간은 2년. 국립중앙박물관 배영일 학예연구사는 “일본의 정서상 한국에 고려 불화를 빌려주면 다시 돌려받을 수 없을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일본 소장자가 많다”며 “이들을 찾아가 설득하고 안심시키는 일이 가장 어려운 과정이었다”고 전했다.
일본 센소사에 있는 수월관음도, 고려 후기,비단에 채색, 142cm×61.5cm. 녹색 물방울 광배 안에 서 있는 관음보살을 그렸다.
‘중생의 구제자, 보살’에서는 관음보살과 지장보살을 주제로 한 불화들을 전시한다. 일본 단잔(談山)신사와 센소(淺草)사 소장품인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가 두드러진다. ‘수월관음도’는 선재동자가 불법을 구하기 위해 관음보살을 찾아가 가르침을 받는 내용을 그린 것으로 고려 불화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장르다. 단잔신사 ‘수월관음도’는 선재동자를 맞이하는 관음보살을 단아하면서도 유려하게 표현했다. 반면 센소사 ‘수월관음도’는 특이한 모습이다. 관음보살이 은은한 녹색의 물방울 모양 광배 속에 서 있는 모습이어서 ‘물방울 관음’이라 부르기도 한다. 관음보살의 자태는 늘씬하고 우아한 고려 미인을 연상시킨다. 일본 현지에서도 공개하지 않아 일본 학자들조차 보기 어려운 것으로 유명하다.
고려 불화 전문가인 정우택 동국대 교수는 “고려 불화의 감상 기회가 매우 드문 상황에서 고려 불화들을 한자리에서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두 번 다시 접하기 어려운 행운”이라고 말했다. 관람료 1000∼3000원. 02-2077-9496, 9493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