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이웃을 거지로 만드는 환율정책 반대”
IMF-中“내 얘기부터 들어보세요” 아누프 싱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국장(왼쪽)이 7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중국 경제개발 모델의 변화’라는 주제의 세미나 도중 옆자리에 앉은 리강 중국 런민은행 부총재와 이야기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이번 총회에서 또다시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압박할 것으로 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워싱턴=신화 연합뉴스
이로 인해 모든 국가가 동의하는 환율 해법을 찾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각국 사정에 따라 환율에 대한 판단과 대응이 첨예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환율전쟁에 대한 결론은 내년 상반기나 돼야 나올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 글로벌 환율대전 격화
미중 환율전쟁에 한 걸음 물러서 있던 유럽도 가세했다. 장클로드 융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은 4일 제8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위안화 환율이 철저하게 저평가돼 있다고 믿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는 5일 브뤼셀에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 만나 위안화 저평가의 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엔화 가치가 연일 치솟는 일본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8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당 82.10엔대에서 거래되며 최근 3거래일 연속 강세를 보였다. 엔화 가치가 82.10엔대까지 오른 것은 15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는 이날 “가파르게 오르는 엔화 가치 추세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며 재차 구두 개입에 나섰다. 이미 일본은 3주일 전에 본격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IMF와 WB 등 국제기구들이 환율전쟁의 ‘소방수’로 나섰다. 로버트 졸릭 WB 총재는 8일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역사는 이웃을 가난하게 만드는 정책(근린궁핍화 정책·beggar thy neighbor)에는 미래가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도 “환율은 자산에 대한 가격일 뿐이다. 그 수요가 변하면 가격도 변해야만 하는 것”이라며 중국을 겨냥한 발언을 했다.
○ 환율대전 확산 피하려는 한국
졸릭 총재가 지적한 ‘근린궁핍화 정책’이 다분히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면 윤 장관은 환율전쟁은 승자 없이 패자만 있는 싸움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 셈이다. 한국 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윤 장관의 활동은 환율 문제보다 IMF 개혁, 개발이슈 합의 같은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의 성공을 위한 정지작업에 치중해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환율대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중국이 어떻게 방향을 정하느냐에 따라 타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수프 부트로스갈리 IMF 운영위원회 위원장은 “11월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도 환율 문제는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3∼6개월’의 기간은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한국으로서는 그동안 공들여온 G20 회의 의제인 IMF 개혁 및 개발이슈가 환율대전에 묻히고 정작 환율 문제는 미제로 남는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국이 미국의 위안화 평가절상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어서 양측이 어느 정도 서로 물러나느냐가 관건”이라며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급격히 절상시키기보다는 내수 활성화를 통해 수입을 늘리는 방향으로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워싱턴=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