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회에 한국은 국내 명문 두 팀이 사상 처음 참가했다. 서울 대동초교와 의정부신곡초교. 전국 대회에서 자주 우승을 다투는 라이벌이다.
하지만 한국 팀들의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두 팀 모두 40개 팀 중 20위권에서 경기를 마쳐서가 아니다. 평소 자주 지적받던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부정적인 모습이 뿌리가 깊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주입식 학습에 익숙한 수동적인 선수들, 칭찬보다는 질책하는 엄한 지도자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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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외국 지도자들은 감수성이 예민한 선수들이 혹시라도 상처받을까 봐 조심하는 게 역력했다. 경기에서 졌을 때나 승부차기에서 실축한 선수가 있으면 위로하느라 분주했다. 경기에 졌을 때 눈물을 쏟고 분통을 터뜨리는 건 지도자가 아니라 오히려 선수들이었다. 승부 근성이 넘치는 외국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면 다시 장난기 많은 천진난만한 아이들로 돌아갔다.
이에 대해 한 지도자는 “그 지적에 동감한다”면서도 “국내 학원 스포츠 분위기가 좀 그렇다. 당장 좋은 성적을 내지 않으면 학부모들로부터 항의가 빗발친다. 아이들에게 자율을 주면 당장 경기력이 뚝 떨어지니까 강하게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어떻게 하면 한국 아이들도 행복한 축구 선수로 키워낼 수 있을까. 이미 유소년 축구판까지 물들인 뿌리 깊은 승리 지상주의, 성공 지상주의 풍토를 걷어내지 않으면 요원한 일이다.
―요하네스버그에서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