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정범구 병장 모친-故신선준 상사 부친에게만…모금회 “연락 끊은 부모 못줘”
고 정범구 병장(왼쪽)이 2008년 8월 해군 입대를 앞두고 경남 진해시 해군기지에서 어머니 심복섭 씨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 제공 심복섭 씨
천안함 46용사 고 정범구 병장의 어머니 심복섭 씨(48)는 서너 마디를 채 잇지 못했다. 24일 심 씨 통장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보낸 5억 원의 국민성금이 들어왔다. 모금회가 직급과 상관없이 가족당 지급하기로 한 성금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심 씨와 이혼한 정 병장 친아버지에게 주기로 했던 성금 액수의 절반을 모두 어머니 심 씨의 통장으로 입금한 것. 이에 앞서 모금회는 15일 이사회를 열고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성금 374억여 원 가운데 일부를 천안함 46용사 유족들에게 직급과 상관없이 5억 원씩 나눠주면서 이혼하거나 양육 책임 정도가 현저히 낮은 부모에게 성금을 주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고 정 병장의 친부는 21년 전 이혼한 뒤 가족들과 연락을 끊었다가 지난달 국가보훈처로부터 정 병장 유족에게 주는 사망일시금 2억 원 가운데 절반을 몰래 타간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국가보훈처가 지급하는 사망일시금은 군인 사망자가 미혼일 경우 부모에게 1차로 지급한다. 양측 부모가 각각 사망일시금을 신청하면 액수를 절반씩 나눠 갖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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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돌 때 헤어진 故정범구 병장 아버지, 천안함 보상금 절반 몰래 타가
심 씨는 이날 통화에서 “공동모금회 이사회에서 성금 배분과 관련해 이 같은 결정을 해 반갑기도 했지만 사실 그동안 속을 많이 끓이고 있었다”며 “많은 분이 도와주셔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며 울먹였다. 그는 “범구 이름으로 돼 있는 돈이고 함부로 쓸 수 없는 돈인데 저쪽(친부)에서도 받아가려고 모금회로 연락을 했던 것 같다”며 “혹시나 모금회도 보훈처처럼 잘못 결정하면 어쩌나 마음을 졸였다”고 털어놨다. 죄인도 아닌데 매일 심장이 떨렸다고도 했다.
심 씨는 친부에게서 올지도 모를 연락을 피해 전화번호를 바꾸고 얼마 전에는 집도 옮겼다. 모금회 성금 문제가 잘 해결됐지만 심 씨 마음은 편치 않다. 그는 “보상금 문제로 부끄러운 가정사가 다 드러났다. 범구에게 얼마나 미안한지”라며 울먹였다. 심 씨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시간이 갈수록 아픔은 커져가지만 범구 이름으로 받은 큰돈인데 범구에게 부끄럽지 않게 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고 신선준 상사의 아버지 신국현 씨(59)도 얼마 전 5억 원 전액을 수령했다. 신 상사의 어머니는 신 상사가 두 살 때 이혼한 뒤 연락을 끊었으나 정 병장의 친부처럼 보훈처 사망일시금을 타가 비난을 샀다. 신 씨는 “국민들과 모금회에 감사할 일”이라며 “아이 어머니가 지금이라도 뉘우치고 연락이라도 한 통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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