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47만원짜리 체육복세트… 긴축 1년만에 ‘원상복귀’
○ 직원체육대회 4억 상품권 ‘돈잔치’
14일 국회 정무위 소속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이 KRX에서 받은 수의계약 명세(2007∼2010년 현재) 등에 따르면 KRX는 지난해 추석 때 약 1억 원을 들여 임직원 추석선물용 한과세트를 샀으며 올해엔 3억여 원을 들여 직원 체육복을 수의계약으로 구매했다.
같은 해 가을엔 고가의 등산복업체 등 네 곳에서 ‘체육행사 기념품(물품교환권)’ 3억7500여만 원어치를 매입했다. 2008년엔 체육대회를 열지 않았으나 9월 ‘단체복’ 명목으로 3억3000만 원을 썼다.
지난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고 처음 열린 체육대회에선 ‘반짝 긴축’에 들어갔다. 2007년 비용의 10분의 1 정도인 총 3100만 원을 들여 직원들에게 반소매 티셔츠만 돌렸다. 그러나 올해 3월엔 체육복 구매에 3억2600여만 원(1인당 47만2200원)을 써 공공기관 지정 전 수준으로 ‘원상복귀’됐다.
KRX는 올 2월 설날을 맞아 임직원 기념품 명목으로 7250만 원 상당의 한과세트를 구매했으며 명절 때마다 1200만∼1500만 원을 들여 귀향 차량을 운행해 왔다. 2007년엔 ‘이사장상 부상품’ 명목으로 30만5000원짜리 전자사전을 4400만 원어치나 구매했다.
○ 490억 원어치 수의계약 남발
현행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은 단가가 5000만 원 이하일 경우에만 수의계약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KRX 측은 “법률에서 위임된 ‘한국거래소 계약규정’의 공개적인 경쟁입찰에 부치기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등의 예외 조항을 계약마다 적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KRX는 체육대회용 체육복과 명절 임직원 선물 구매 등에도 ‘천재지변, 긴급한 행사’ 등의 예외조항을 적용해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KRX는 직원 평균연봉이 1억 원이 넘고 복지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취업준비생들에겐 공기업을 지칭하는 ‘신의 직장’을 넘어서 ‘신이 숨겨둔 직장’으로 불린다. KRX는 증권선물 거래를 독점해 수행하면서도 국회의 감시는 받지 않았다. 이 때문에 방만한 경영실태가 계속 지적되자 국회는 논란 끝에 2009년 1월부터 KRX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피감기관으로 편입했다.
정 의원은 “수억 원대의 정례행사 물품까지 무분별하게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등 KRX의 방만경영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뒤에도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