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배틀’ ‘욕애플리케이션’ 초중고생에 인기“인성교육 급하다”… 밥상머리교육·칭찬문집 등 실천
《1일 서울 B 중학교의 3학년 교실. 쉬는 시간 남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콩쥐와 팥쥐 중 누가 정말 나쁜 사람인가’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었다. “콩쥐가 더 나쁘다”고 우기던 정모 군(15)은 “팥쥐가 당연히 나쁘다”는 친한 친구 박모 군(15)에게 소리를 질렀다. “아, 미친 ××야. 콩쥐가 나쁘다고∼.” 이 순간 게임하듯 서로 욕을 해대는 일명 ‘욕배틀’이 시작됐다.
“×발 ×새야. 프라이팬에 볶아먹을 ×.” “닥쳐 ××, 몸에 사는 기생충만도 못한 ×아.” “××럴.” “××새끼.” 10분 간 서로 욕설을 퍼붓던 중 정 군이 ‘직격타’를 날렸다. “니 얼굴에 ×이나 칠해. ○○이(같은 반 남학생 이름) ×에 머리 처박을 놈아.” 박 군이 순간 멈칫했다. 다음에 이을 욕설을 떠올리지 못하고 말을 더듬거리자 정 군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겼다∼. ×발 ×나 좋아!”
정 군은 “공부 스트레스를 풀려고 가끔 욕배틀을 한다”면서 “재미 삼아 하는 놀이라서 서로 기분 상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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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끔찍한 낙서들
이처럼 음란하고 폭력적인 언행을 보이는 연령대는 중고생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초등학생들도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게 현장 교사들의 전언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발표한 ‘2009년 교권회복 주요사례’에는 초등학생이 사소한 일로 교사에게 폭언을 한 사례가 나온다. 5학년 A 군(11)은 반장 선거 중 자리에 앉아 휴대전화로 음악을 틀고 “랜덤! 랜덤!”을 외치며 선거를 방해했다. 담임교사가 휴대전화를 압수하자 A 군은 “×발×아, 내놔”라며 휴대전화를 도로 빼앗으려 했다. 담임교사가 주지 않자 A 군은 의자를 들고 교사에게 달려들었다. 옆 반 교사가 달려와 겨우 상황이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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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중 한 학생이 휴대전화를 가지고 놀았어요. 주의를 줬더니 욕을 하며 대들더군요. 나중에 시험을 보면 성적은 잘 나와요. 예전엔 주로 결손가정의 학생들이 인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전반적인 현상인 것 같아 걱정이 됩니다.”
○ 인성교육에 나서는 학교들
청소년 인성 문제가 심각해지자 학교들이 인성교육에 나섰다. 예절실에서 학생들에게 식사예절 및 언어예절 교육을 하는 서울 원묵중의 모습(위쪽). 서울 광남중 정미경 교사가 이끄는 청소년 바른문화 만들기 모임 ‘GSGT’의 피켓 캠페인 현장.
좌식책상에 모여 앉은 학생들은 점심급식이 도착하자마자 숟가락을 들기 바쁘다. 이때 함께 앉아있던 손성호 진로인성부장 교사가 “선생님이 숟가락을 들기 전에 먼저 밥을 먹으면 안 되겠죠”라고 넌지시 말하자, 학생들은 입까지 집어넣었던 숟가락을 슬그머니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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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아들이 남보다 유달리 큰 자기의 덩치를 부끄러워해 친구들과 잘 섞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얼마 전 칭찬문집에 ‘넌 몸집이 커서 다른 친구들이 책상을 옮기는 것도 잘 도와주는 착하고 멋진 아이야’라고 친구가 쓴 내용을 보고나선 태도가 확 바뀌었다”고 말했다.
장재원 기자 jj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