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권도 격파왕대회 참가한 고수들이 말하는 비법
얼음같이 냉정한 표정. 기와에 주먹을 천천히 가져갔다 떼며 크게 심호흡을 하는 모습이 먹이를 노리는 맹수 같다. 체육관이 떠나갈 듯한 기합 소리. 온몸의 기를 모아 기와 한가운데를 내려치자 둔탁한 소리와 함께 철옹성 같던 기와가 우수수 무너졌다. 숨죽여 지켜보던 관중은 박수와 환호로 ‘고수’에 대한 존경심을 표시했다.
수년간 송판 두들기다보면 피멍-물집에 손독까지 올라 그 단계 거쳐야 ‘강철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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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수들이 밝히는 비법은?
5일 경북 구미시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제2회 태권도 격파왕 대회 위력격파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한 백기현 씨(오른쪽)가 온몸의 기를 모아 주먹으로 기와를 내리치고 있다. 격파 고수들은 격파의 비결에 대해 힘이 아닌 자세, 호흡, 스피드, 유연성이라고 설명했다. 왼쪽 사진은 손날 격파의 한 장면.사진 제공 대한태권도협회
기자가 기왓장을 5장 올려놓고 주먹으로 쳐 보았다. 어깨까지 충격이 전해지면서 손이 깨질 듯 아팠지만 2장을 깨는 데 그쳤다. 지켜보던 대회 관계자로부터 “참가자들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태권도 시범 등에 사용되는 기와가 아닌 특수 제작된 단단한 기와를 사용하기 때문”이란 설명이 뒤따랐다.
호흡-스피드-유연성이 비결, 43세 백기현씨 위력격파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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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라도 손맛 안 느끼면 근질근질
격파 고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40대를 훌쩍 넘긴 참가자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 위력격파 우승자 백 씨는 본선 참가자 8명 가운데 최고령이다.
2대째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백 씨는 “항상 두꺼운 송판을 몸에 지니고 다닌다. 운전하다 신호에 걸릴 때도 송판을 친다”며 웃었다. 김한진 씨(41)는 “수년간 하루 2시간 이상 대리석 위에 매트를 깔고 수련했다. 하루라도 손맛을 느끼지 않으면 손이 근질근질하다”고 전했다. 그는 “수련 초기엔 부드러운 물체로 손을 단련시킨 뒤 손에 굳은살이 제대로 잡히면 단단한 물체로 넘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수길 씨(35)는 “꾸준한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상하체의 연결고리인 허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련 초기엔 수도 없이 손에 피멍이 들거나 물집이 잡히며 고통스럽다. 송판을 치다 보면 손에 독이 오를 때도 많다. 하지만 그 단계를 계속 거치다 보면 손이 강철같이 단단해진다는 게 고수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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