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오면 전화 잘하면서, 내가 부산가면 왜 연락이 없냐?“아기 돌보러 곧장 집으로 가야해ㅎㅎ”
롯데 김사율이 경남상고 시절 배터리를 이뤘던 LG 이택근과의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다시 배터리를 이루고 싶다는 얘기부터 술 한잔을 기울이고 싶은 마음까지. 두 사람의 오랜 우정을 느낄 수 있는 편안한 대화였다. [스포츠동아 DB]
Q1. 결혼하고 더 잘하는것 같은데?
A1. 정말 장점 많아…너도 서둘러
Q2. 나한테는 안타 안맞더라…
A2. 올핸 네가 못치는거야 ㅋㅋ
◎애피타이저
사율아, 예전 생각 많이 난다. 우리 배터리였잖아. 넌 고교시절 대단한 투수였는데 프로에 들어와서 고생도 많이 하고, 군대도 갔다 오고 많은 일을 겪었지. 늦었지만 올 시즌 잘 던지는 모습을 보니 친구로서 정말 기분 좋다. (송)승준이도 그렇고, 너도 애기 낳고 야구 잘 하는 것 보니까 나도 빨리 결혼하고 싶다. 올해는 중간에서 좋은 역할을 하고 있는데 구위도 좋아졌으니까 내년에는 더 중요한 선발투수로 자리 잡아라. 고등학교 때 좋았던 그 모습을 보여주기를 친구로서 응원할게.
택근아, 옛날 생각 많이 난다. 고등학교 때 운동도 많이 하고, 열심히 했었잖아. 덕분에 우승 기쁨도 맛볼 수 있었고. 뛰어난 포수였던 너를 비롯해 우리 동기들이 팀워크도 강하고, 수비도 잘하고, 우승도 했기에 평범한 투수였던 내가 돋보였던 것 같다. 같이 대학교 가기로 했다가 내가 프로를 선택하면서 그 뒤론 자주 만나지도 못했네. 가끔씩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땐 ‘대학에 갈 걸’이라고 후회한 적도 있었어. 지금은 그런 생각 안 하지만…. 만약 같이 대학 생활했다면 우리 우정이 더 돈독해졌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너 대학 졸업하고, 프로에 와서 자리 잡고, 또 대표팀에서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니 때론 부럽기도 했다. 몸 사리지 않고 항상 열심히 하는 네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항상 잔부상이 많아 힘들 텐데 남은 선수생활 부상 없이 지금 자리에서 롱런하길 바란다.-롯데에서 힘들 때 나보고 ‘다른 팀 가면 기회 있을까’라고 얘기한 적 있었잖아. 올해 완전히 롯데에서 자리를 잡았는데 지금도 다른 팀 가고 싶니?
-송승준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결혼하고 나서 더 잘하는 것 같다. 특히 더 침착해진 것 같은데 책임감 때문이야? 아니면 내조 덕분이야? 결혼하면 뭐가 좋으냐?
“무엇보다 결혼하고 나서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뀐 것 같아. 마운드에서 생각이 바뀌니까 볼도 좋아진 것 같다. 결혼하면 좋으냐고? 훨씬 좋은 점이 많지. 너도 빨리 결혼해라.”
-아직 네 아기를 보지 못했는데 제일 궁금한 건 피부색이야. 너 닮았냐? 아니면 제수씨 닮았냐? 친구로서 진심으로 널 안 닮기를 바라는데 말이야. 하하.
“짜식, 네가 친구한테 관심이 있었으면 일찌감치 미니 홈피에라도 와서 봤을 텐데 말이다, 하하. 걱정해줘서 고맙다. 피부색은 나를 닮지 않았으니 걱정 마라.”
“기억하지, 당연히. 너랑 호흡 맞출 땐 내 마음을 네가 받아 줄 것이란 믿음이 있었지. 어차피 배터리는 서로 통하는 마음이 중요하잖아. 네가 포수로 다시? 내 생각에 그건 아닌 것 같다. 이미 훌륭한 포수들 많으니까, 미련 버리고, 네 마음만 내가 받으마. 지금 위치에서도 넌 충분히 잘 어울리고 잘 하고 있잖아.”
-사율아, 그동안 나한테 안타 많이 맞았잖아. 작년까지는 네가 친구라서 치라고 던져주는 줄 알았다. 그런데 올해는 왜 나한테 안타 안 맞니? 친구로서 그럴 수 있냐? 다음에는 정정당당하게 직구로만 한판 붙자. 변화구 말고. 직구라면 난 몸쪽이든 바깥쪽이든 상관없다. 어때?
“하하. 단언하건데, 치라고 네게 볼을 준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네가 잘친 거지. 근데 뭐라고? 그게 내게 할 말이냐? 난 네 생각할 겨를 없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고. 뭐 직구로만 붙자고? 내가 강속구 투수도 아니고 어떻게 직구로만 너랑 승부할 수 있겠냐. 사실 투수로서 난 타자 이택근이 부담스럽다.”
-승준이하고 너하고 서울만 오면 배고프다고 전화하면서 내가 부산 가면 왜 말이 없냐? 잡혀 사냐? 이번 시즌 끝나고 제수씨 하고 밥 한번 먹자.
“이건 좀 질문이 이상하다. 사실 네가 딱 한번 밥을 사긴 했지, 나는 이제껏 한번 안 샀지만 말이다. 작년까지 2군에 있던 시간이 많다보니, 친구로서 자격지심도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올해는 사직 경기 끝나고 나면 집에 아기 보러 가기 바쁘다. 지나간 건 그렇고, 이제 앞으로 자주 만나 밥 먹자.”
-아직도 술이 의리라고 생각해? 이렇게 말하면 무슨 뜻인지 알겠지?
“무슨 뜻으로 이런 질문 한 거냐? 하하. 어렸을 때 넌 술 한잔 하지 않고, 자기 관리에 철저했지. 난 좀 달랐잖아, 너 알다시피. 아직도 술이 의리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후회하진 않는다. 내게 참 소중한 기억이자, 추억이니까. 그리고 그것 때문에 내 야구인생에 큰 차이가 생겼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러고 보니 우리 술 한잔 같이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언제 시즌 마치고 술 한잔 하면서 진솔하게 이런저런 얘기 나눠보자.”김사율은?
▲생년월일=1980년 4월 17일 ▲출신교=감천초∼대신중∼경남상고 ▲키·몸무게=182cm·78kg(우투우타) ▲프로 데뷔=1999년 롯데 입단(1999년 신인 드래프트 롯데 2차 1번·전체 1순위) ▲2009년 성적=8경기 13.1이닝 1홀드, 방어율 9.45 ▲2010년 연봉=3500만원정리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정리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 ‘릴레이 인터뷰’는 매주 월요일자에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