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장수 가을여행
진주 촉석루 아래 남강의 바위 의암에서 왜장 게야무라 고쿠스케를 깍지 낀 양손으로 포박한 뒤 강물로 뛰어드는 주논개 순절 장면(화강암 부조. 주촌마을 의암 주논개생가지 석상 앞). 논개는 기생으로 위장해 진주성 함락을 자축하는 왜장들의 연회에 잠입했다.
○ 무진장의 고장 장수
대전 통영을 잇는 중부고속도로를 따라 남행하다보면 무주 즈음에서 정면을 가로막듯 차창 가득 펼쳐지는 거대한 산경을 맞게 된다. 백두대간의 덕유산국립공원이다. 차 안에서도 그 위엄과 우아함이 느껴질 정도로 장대한 이 산. 특히 겨울이면 하얗게 변한 산정의 설경이 기막히다. 늘 하는 푸념이지만 허다한 곳에 휴게소 내면서도 이 멋진 산경을 감상할 이곳에는 왜 전망대 겸한 휴게소를 두지 않는 것인지….
광고 로드중
지난해 ’장수 한우랑사과랑 축제’의 ’한우 셀프 바비큐’ 현장. 한우고기를 사서 즉석에서 구워먹는다. 사진 제공 장수군청
산에 막혀 접근이 어렵다 보니 세 군 서로가 가까워진 것은 당연지사. 선거구(무진장+임실)를 봐도 대충 그 느낌이 전해진다. 시내버스도 세 군을 섭렵한다. 무진장여객이다. 지역의 주간신문(제호 ‘무진장투데이’)도 세 군을 아우르고 소방서도 세 지역을 통합 관할한다. 이름도 내용 그대로 ‘무진장소방서’다.
빗방울 한 개를 두동강 내 각각 북으로 금강과 남으로 섬진강에 흘러들게 하는 신무산 자락의 수분령 고갯마루(539m). 한우, 사과(조형물)와 더불어 장수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다.
○ 장수에서 논개 족적 따라잡기
광고 로드중
추석 전에 빨갛게 익는 장수사과 홍로는 당도가 높아 인기. 최고 17도에 이르는 격심한 일교차와 해발고도 500m 내외 고원분지에 형성된 준한대성 기후 덕분이다. 사진 제공 장수군청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서로 달랐던 영정도 표준영정으로 교체했고 이제 축제홍보와 관광객유치 목적으로 내세우지도 않는다. 그뿐이 아니다. 이번 취재를 통해 장수군이 논개를 ‘한국의 여성상’으로 삼고 그녀의 삶을 통해 교훈을 얻도록 모든 유적을 완벽하게 정비한 것도 알게 됐다.
장수에는 논개 기념물이 많다. 영정을 모신 사당 의암사(장수읍 두산리), 생가와 주논개 상이 조성된 생가지(장계면 대곡리), 진주성을 지키기 위해 출진한 부군 최경회 장군(당시 경상우도 병마절도사)을 따르기 위해 말에 오를 때 디딤돌로 삼았던 ‘논개 말탄 바위’(장계면 월강리) 등등…. 그중 의암사 입구의 ‘논개 생장향 수명비’는 사연도 깊다. 1942년 일이다. 비각은 헐어 불태우고 수명비는 깨부숴 버리라는 일본인 고등계형사를 속이고 땅속 깊이 숨겨 두었다가 3년 후 광복을 맞자 꺼내어 다시 세운 것이다.
○ 때 묻지 않은 자연에서 즐기는 그린투어리즘의 보고
광고 로드중
매년 음력 9월 3일 생일에 제사를 지내는 논개사당 ’의암사’. 정부가 제작한 표준영정이 봉안됐다.
장수에는 큰물이 없다. 70%가 해발 500m내외 고원산지여서다. 그럼에도 장수란 이름이 붙은 것은 허다한 산의 계곡과 물 덕분이다. 지명(면)에 물과 관련된 것이 많은 것도 그런 이유다. 계남 계북 장계 천천(天川) 등등…. 장수를 취재하며 놀란 것은 그런 물골이 훼손되지 않고 잘 보존됐다는 것이다. 더 놀란 것은 거기에 들어선 수준 높은 휴양림 시설과 숙박시설이다. 요즘 붐을 이루는 오토캠핑의 원조격 캠핑사이트가 장수에 있다는 사실은 캠핑마니아라면 다 아는 사실. 18년 전 조성한 것인데도 지금도 거의 최고 수준이다.
그 현장인 방화동 가족휴가촌을 찾았다. 호남의 진산, 장안산 자락의 이 계곡에 있는데 물은 상류에 오염원이 없어 들이마셔도 될 만큼 깨끗했다. 이 계곡의 둔덕에 오토캠핑장이 조성됐는데 주차공간이 캠프사이트마다 있고 나무그늘까지 드리워져 최고의 조건을 갖췄다. 캠프장은 자연휴양림과 연계되어 있어 치유의 숲을 경유해 덕산의 용소까지 2km가량 트레킹로로 이어졌다. 휴양림의 통나무집에서 쉬면 물놀이도 트레킹도 두루 즐길 수 있다.
천천(天川)의 물가에 자리 잡은 ‘하늘내 들꽃마을’(농림수산식품부 지정 녹색농촌체험마을)도 장수의 명소다. 폐교의 교실을 객실로 고치고 운동장을 잔디밭으로 바꿔 캠핑장으로 쓴다. 지난해에는 TV프로그램 ‘1박2일’의 무대가 되기도 했는데 마을 주민 밭에서 고구마 캐기와 옥수수 따기 등 다양한 농촌체험도 한다. 와룡자연휴양림도 숲 속에 통나무집과 수영장, 야영장을 갖췄다. 지리산 연봉이 조망되는 봉화산(919m)은 봄철(5월)에는 산을 불태우듯 진분홍빛으로 뒤덮는 철쭉꽃 장관으로 이름난 곳이다. ‘죽기 전에…’ 코스로 강추한다.
글·사진 장수=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 여행정보
◇장수군 ▽찾아가기=대전∼고속국도 35호선(중부고속도로)∼장수 분기점∼고속국도 20호선(장수익산고속도로)∼장수매표소∼국도 19호선(남원 방향)∼계남면∼장수읍
◇관광시설 ▽KRA 장수목장=한국마사회의 경주마 생산육성 목장. 승마체험, 목장견학, 잔디밭달리기, 교배관람 등 모두 무료. 장계면 육십령로 764-5, 1566-3333 krafarm.kra.co.kr ▽자연휴양림=군청 직영. jangsuhuyang.kr△방화동 가족휴가촌=번암면 사암리 625, 063-353-0855 △와룡=천천면 와룡리 산84-2, 063-353-1404 ▽민박&캠핑 △하늘내 들꽃마을=천천면 연평리 293. www.slowzone.co.kr 063-353-5185
◇맛집 △흥부식당=군청 옆 백반 집으로 1인분(5000원·사진). 추어탕도 있다. 오전7시 아침식사부터 영업. 063-351-2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