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기강팀이 ‘의혹 해명’ 요구해도… 후보자 “별것 아니다” 입닫으면 끝
국무총리 후보자와 장관 후보자 2명이 낙마한 후 청와대 인사·민정 라인에 회오리가 몰아치고 있다.
청와대 인사시스템이 도대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사전 검증은 제대로 했는지, 사전 검증에서 관련 의혹이나 문제점을 파악하고도 ‘그 정도는 봐주자’는 안이한 판단을 한 것인지, 이명박 대통령은 충분히 관련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등에 대한 ‘정밀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헛발질의 연속
사실 현재의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 중 ‘자기검증 진술서’는 그때 도입된 것이다. 대략 100가지 리스트를 제시해 공직 후보자들이 체크하도록 하고 언론이나 야당이 의혹을 제기할 만한 문제점도 스스로 ‘고해성사’를 하도록 한 것이다.
위장전입이나 부동산 투기, 병역, 납세,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료 납부 등의 기본 정보는 사전에 걸러낼 수 있으나 세세한 개인 정보는 본인이 ‘자복’하지 않으면 알기 어렵다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런 검증 방식 개선에도 불구하고 불과 1년 만에 더 큰 ‘인사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 검증 문제
인사비서관실이 공직 후보자를 몇 명으로 압축해 민정수석실 공직기강팀에 검증을 의뢰하면 공직기강팀은 언론 보도와 국세청 자료, 병역 자료 등을 토대로 예비검증을 벌여 부적격자를 1차로 추려낸다. 이어 자료상에 나타나지 않는 개인 정보나 흠결을 찾기 위한 정밀 검증에 들어간다.
청와대 안팎에서 공직기강팀의 인원 보강, ‘인사검증위원회’ 구성 등을 통해 다른 사정기관과의 협조를 강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는 것은 그런 맥락에서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26일 편집인협회 주최 정치부장 세미나에서 후보자 주변에 대한 ‘현장 탐문’ ‘평판 조회’ 등 질적인 측면의 검증 보완을 강조한 것도 자기검증 진술에만 의존해선 안 되겠다는 판단이 깔린 것이다.
○ 인사 문제
검증시스템 자체도 문제지만 인사가 이뤄지는 방식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에 낙마한 후보자들에게 제기된 문제점 중 상당수는 청와대 검증 과정에서도 걸러진 내용이었다는 점에서 청와대 인사·검증 라인이 ‘자녀교육용’ 위장전입과 ‘부동산투기용’ 위장전입을 구분하는 등 ‘낮은 잣대’를 적용했을 수 있다. 최고 인사권자가 특정 인사를 염두에 두고 있을 경우엔 일부 하자가 있어도 ‘관행(慣行)’이라는 잣대로 통과시킬 때도 종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