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연공서열 중심의 교장승진제도는 미래 사회와 교육이 요구하는 새로운 리더십을 갖춘 학교장을 선발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다. 승진 위주의 교직문화를 바로잡고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더 유능한 인재를 학교장으로 선발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교장공모제이다. 교장이 학교에서 어떠한 존재이기에 기존의 승진제도에 공모제까지 도입하면서 우수한 인력을 교장으로 선발하려고 할까.
학교를 변화시키는 동력은 교사에게서 얻을 수 있으나, 변화 동력을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응집해 운용하는 사람은 교장이다. 교장의 능력과 역할에 따라 학교 교육의 목적 달성 정도, 학교 문화 내지는 풍토가 결정되므로 교장은 학교 발전에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앞으로 공모교장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달리 말하면 집단 간 갈등이 조장될 수 있는 학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집단 간 갈등을 최소화하고 학교에 꼭 필요한 교장을 선발하기 위해서는 어떤 지혜가 필요할까.
공모교장 선발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권한을 학부모에게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첫째, 교장공모제 도입 목적이 훼손될 수 있다. 교장공모제 도입 목적은 개별 학교의 요구와 특수성을 반영해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실현하는 것이다. 교사는 교육의 공급자이지 수요자가 아니다. 그러기에 교육수요자인 학부모의 의견을 교장 선발 과정에 더 많이 반영해야 한다.
둘째, 학교 리더십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학교 리더십은 상하 관계를 기본으로 한다. 교장 선발 권한이 교사에게 집중되어 그들이 원하는 교장을 선발한다면 교장이 학교 내에서 본연의 리더십을 유지하거나 발휘하기가 힘들 수 있다. 학급담임을 학생이 선발해 발생하는 담임 리더십 문제와 같다고 보면 된다.
셋째, 교장 선발 책임 소재의 문제다. 기본적으로 교사에게는 학교를 옮기면서 근무하는 순환근무제가 적용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사가 원하는 교장을 선발한 후 자의반 타의반 다른 학교로 옮길 경우 발생할지 모를 교장 관련 문제의 피해는 학생과 학부모가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김갑성 한국교육개발원 교원정책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