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죤의 이윤재 회장(왼쪽)과 이주연 부회장이 지난달 말 서울 강남구 역삼동 피죤 본사에서 밝게 웃으며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부녀가 함께 인터뷰와 사진 촬영을 한 것은 드문 일이라고 한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최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피죤 본사에서 만난 이윤재 회장(76)은 근황을 묻자 기다렸다는 듯 중국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종합생활용품 전문기업 피죤의 중국 톈진 법인이 빈하이 경제특구 자율운영위원회의 소방위원에 선정됐다는 것. 이 회장은 “명칭은 자율운영위원회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외국기업에 운영위원 자격을 준 적이 없다”며 “‘자리’를 하나 꿰찼다는 것보다 그만큼 피죤의 중국 내 영향력이 커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여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장녀인 이주연 피죤 부회장(46)도 옆에서 거들었다. “6월 톈진 공장 준공식 당시 류우익 주중 한국대사가 축사를 통해 피죤이 한국에서 국세청장상과 노동부장관상 등을 받았다는 점을 강조해 줬다”며 “제품의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기업의 깨끗한 이미지가 결합해 중국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로 설립 33년째를 맞은 피죤의 최종 목표는 중국을 발판으로 국내 1위를 넘어 글로벌 대표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에서 다른 글로벌 기업과의 ‘한 판 승부’가 불가피하다. 이미 ‘쓴 경험’을 가지고 있는 이 회장은 이번만큼은 자신 있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사실 이 회장은 중국 개혁개방 초기인 1993년 지린(吉林) 성으로 진출해 완전 망하다시피 했다. 이 회장은 “시장은 넓었지만 당시 중국의 경제 수준이 피죤 제품을 받아들일 정도가 아니었다”며 “하지만 당시 피죤이라는 제품이 고급스럽다는 인식은 확실히 각인시켰다”고 말했다.
경영 스타일이 다소 다른 ‘부녀가 일궈가는 기업’이라는 점은 중국 시장 공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피죤 임직원들의 생각이다. 이 회장이 ‘호랑이 회장’으로 불리며 강한 추진력과 철두철미함을 겸비했다면, 이 부회장은 감성적이며 자유로운 분위기로 디자인과 감성 마케팅을 강조하고 있는 것. 부녀의 스타일 차이가 경영 과정에서 ‘충돌’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을 통해 피죤의 행보에 날개를 달고 있다는 평가다.
이 부회장은 1996년 입사해 2007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