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물밑 사정은 다릅니다. 평온해 보이는 백조가 물 아래로는 물갈퀴를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백화점과 각종 패션 브랜드들은 은밀하게 마케팅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거의 우량고객(VIP)을 겨냥한 행사입니다.
예를 들어 24일 열리는 신세계백화점의 ‘우수 고객 초대회’에 초청받은 고객은 인기 가수의 공연을 관람한 뒤 직원의 안내를 받아 올가을과 겨울 신상품을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갖습니다. 호텔을 빌려 ‘트렁크쇼’를 열기도 합니다. 5∼10명의 ‘핵심 고객’만을 위해 진행하는 미니 패션쇼입니다.
광고 로드중
‘전체 매출의 80%는 상위 20%의 고객이 올린다’는 ‘파레토의 법칙’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실제로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의 초우량고객(VVIP)은 약 300명으로 전체 에비뉴엘 방문 고객의 0.3%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구매금액은 매출의 8%나 됩니다. 연간 해외 명품만 5000만 원어치 이상 사는 소비자들입니다. 이러니 백화점이 VIP 마케팅에 주력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현대백화점은 연간 10억 원어치의 물건을 사는 VIP 고객에게 19일짜리 오리엔털 특급열차와 크루즈 유럽 일주권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간혹 이런 사실이 알려지다 보니 일반 소비자들이 불만을 갖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차장에서 빈자리를 찾아 30분 넘게 헤매다 보면 VIP 고객에게만 해주는 주차 대행 서비스가 곱지 않게 보이기도 하겠지요. 백화점 쪽에서야 ‘매출이 제일’인 것이 맞겠지만, 보통 소비자들이 상대적인 불만을 갖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도 필요할 듯합니다.
주성원 산업부 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