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철주 벤처기업협회장, 정부-대기업-中企에 쓴소리
사진 제공 벤처기업협회
대기업에선 나올 수 없는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 국가 경제에 기여하자는 황철주 벤처기업협회장(주성엔지니어링 대표·사진)의 평소 신념이 담긴 것이다. 그는 평소 임직원들에게 “1등 제품을 만드는 회사를 따라잡으려면 그 회사가 들인 노력의 3배 이상을 쏟아야 한다”며 “하지만 남의 것을 베끼지 않고 새로운 것을 먼저 하면 1배의 노력으로도 1등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황 회장은 올 2월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벤처기업협회 회장에 취임했다. 업계에선 주성엔지니어링의 해외 매출비중이 60% 이상에 이르는 데다 국내 특정 대기업에 거래처가 묶여 있지 않아 대·중소기업 상생문제에서 황 회장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평가한다. 주성엔지니어링은 2002년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거래 관계가 끊긴 뒤 매출이 절반가량 급감하는 시련을 겪었지만 앞선 기술력과 품질로 이를 이겨내고 반도체 생산장비 분야에서 세계 1위로 우뚝 섰다.
그는 16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7대 상생협력 실천방안에 대해 “사급(賜給)제도는 결국 협력업체들이 인건비만 따 먹으라는 얘기”라며 “중소기업이 망하는 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기업이 원자재를 구입해 주면 결국 협력업체들의 비용구조가 공개되고 원가절감을 통해 경영을 합리화할 수 있는 기회가 원천 봉쇄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장비 국산화율이 낮은 것과 관련해서도 “국내 대기업들이 진정 창조적 기업으로 나아가려면 국내 협력업체들을 육성해 외국에서 안 쓰는 새로운 장비를 개발해 사용해야 한다”며 “반도체 장비를 국산화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 (대기업들이) 제대로 된 R&D를 안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고언(苦言)도 잊지 않았다. 황 회장은 “연구개발은 중소기업이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것”이라며 “제일 쉬운 것도 똑바로 못하면서 상생만 외쳐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저 모방만 하려는 차원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제대로 된 기술개발이 필요하다는 것. 그는 “중소기업 CEO들이 여건이 판이한 대기업의 성장경로를 흉내 내지 말고 중소기업만의 독창적인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황 회장은 벤처기업협회장에 취임하자마자 중견 벤처 CEO나 전문가들을 멘터로 지정해 창업자들에게 조언해 주는 ‘벤처 7일 장터’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는 “한국에는 벤처기업으로 시작해 큰 성공을 거둔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같은 롤 모델이 없다”며 “글로벌 중소기업이 나올 수 있는 기업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