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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리더 인터뷰]김동욱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전무

입력 | 2010-08-13 10:43:45


여자농구대표팀은 최근 애칭을 하나 얻었다. '여자 호랑이'를 뜻하는 '여랑이(W-Tiger)'가 바로 그 것이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이 지난달 애칭을 공모한 뒤 국가대표인 전주원 정선민 김지윤 등이 직접 투표해 선정한 당선작이다.

다음달 23일부터 체코에서 열리는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와 11월 중국 광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하는 한국의 '여랑이'들이 그 이름처럼 국제무대에서 위력을 떨칠 것으로 기대된다.

WKBL은 현재 국가대표팀 엠블럼과 캐릭터도 공모하고 있다. 이처럼 WKBL이 농구 비 시즌 기간 중에 이런 행사를 벌인 것은 최근 침체 기미를 보이고 있는 여자농구의 붐을 다시 일으켜 보겠다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맞아 실업팀들이 연이어 해체되던 1998년, 어렵게 출범한 WKBL은 위기를 잘 극복하고 12년 만에 여자농구를 인기 프로 구기 종목의 하나로 자리 잡게 했다.

프로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국가대표팀이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4위,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8강에 들며 여자프로농구 붐에 일조했다. 현재 신한은행 삼성생명 KB국민은행 kdb생명, 신세계, 우리은행 등 6개 팀이 운영되고 있다.

겨울 시즌 인기 구기종목으로 고정 팬 확보에도 성공한 여자프로농구. 하지만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평가와 함께 지난 시즌에는 관중 수가 감소하는 등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10월 12일 막을 올리는 2010~2011 시즌을 앞두고 WKBL 김동욱(63) 전무를 만나 여자농구 활성화 대책 등에 대해 들어봤다.

김동욱 전무는 "올 하반기에는 세계대회와 아시아경기대회가 있는데 이 큰 국제대회에서 국가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이를 통해 국내 여자프로농구 붐도 크게 일어나기를 바라고 있다"며 "세계대회는 10위권의 성적을, 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우승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전무는 "이번 시즌은 10월 12일 개막해 총 8라운드로 진행되는데, 아시아경기대회 기간 인 2라운드를 제외하고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소속팀으로 뛸 수 있기 때문에 국가대표팀이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선전을 하면 국내 프로농구에 대한 관심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자프로농구는 상위팀과 하위팀간의 큰 전력 차로 인한 재미 반감과 심판들의 오심 논란 등으로 지난 시즌에는 성장세가 주춤했던 측면도 있다.

김동욱 전무(왼쪽) 


김 전무는 "신한은행이 2007겨울시즌부터 4시즌 연속 우승을 하면서 재미가 없어졌다는 말이 나오는 게 사실이지만 올 시즌에는 이런 판도에도 큰 변화가 올 것"이라며 "장신 센터 김계령과 강지숙을 영입한 신세계를 비롯해 금호생명에서 팀 명칭이 바뀐 kdb생명 등 중하위권 팀들이 전력을 많이 보강했기 때문에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등 상위권 팀들과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박진감 넘기는 경기가 연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2007년 겨울리그까지 있었다가 그동안 없앴던 외국인 선수 도입제를 구단들과 상의했으나 4개 팀이 반대해 확정을 짓지 못했다"면서 "외국인 선수를 기용할 경우 장,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팀 간 전력 차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시즌 전까지 계속 구단들과 상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심판 문제와 관련해 "지난 시즌 몇 가지 결정적 오심으로 팬들을 실망시킨 것에 대해 지금도 죄송스러운 마음 뿐"이라며 "새로 심판진을 이끌게 된 김대영 심판위원장을 주축으로 이번 시즌에는 오심을 없애는 것은 물론이고 공격적이고 재미난 농구를 유도할 수 있도록 심판진이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977년 3월 태평양화학 코치를 맡으며 여자농구와 인연을 맺은 김 전무는 태평양화학 감독과 외환은행 감독, SK증권 감독을 맡았다. 2001년부터 남자프로농구 삼보에서 기술고문과 감독을 역임했던 그는 심판위원장을 거쳐 2005년부터 WKBL 전무를 맡아오고 있다.

이런 김 전무가 정말 걱정하는 것은 여자농구의 저변이 점점 엷어지고 있는 것. 그는 "초등학교 28개 팀, 고교 20개 팀 등 숫자는 그대로이지만 선수가 점점 줄고 있다. 팀 당 선수가 10명도 채 되지 않아 훈련을 제대로 못할 정도"라며 "2007년부터 올해까지 유소년 농구 발전기금으로 20억 2000만원을 지원하는 등 농구 꿈나무 육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WKBL은 김원길 총재가 2000년 부임한 뒤 탄탄한 수익 구조를 갖추면서 2009년 3월 강서구 등촌동에 지상 3층, 지하 1층의 사옥을 마련했고, 인터넷 TV를 운영하는 등 재정적으로 안정된 경영을 하고 있다.

김 전무는 "여자 프로농구가 이번 시즌에 다시 한번 크게 도약해서 한국여자농구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팬들도 열심히 뛰는 우리 여랑이들을 비롯해 선수들에게 더욱 많은 성원을 보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