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협 전술 재탕?
북한 해안포는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해5도를 사정권에 두고 있다. 해안포는 주로 적의 상륙을 저지하는 방어용 무기지만 서해 5도의 경우 북한과 가까워 공격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물론 북한이 이번에 우리 군의 훈련이 종료되는 것을 기다렸다가 포사격을 개시한 점으로 미뤄 물리적 위협을 가하면서도 군사적 충돌은 원천적으로 피하려 한 속내가 읽히기도 한다. 하지만 북측이 쏜 포탄 일부가 NLL 남쪽의 우리 영해를 넘어섰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 정도로 근방까지 날아왔다는 사실은 북한군의 포사격 기술 수준을 고려할 때 의도와 계산이 담긴 ‘조준 사격’에 의한 것일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의 해안포 발사는 미국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새로운 대북 제재안에 대한 일종의 ‘항의 시위’ 성격도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새로운 대북 제재안을 이달 안에 발표할 예정이며 북한의 돈줄을 조일 강도 높은 제재가 수개월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해안포 도발을 통해 천안함 사건 이후 한반도가 언제라도 다시 군사적 위험에 휩싸일 수 있다는 신호를 미국에 보낸 측면도 있다.
또한 외교안보라인을 모두 유임시킴으로써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한 이명박 대통령의 8·8개각 이튿날 이런 도발이 자행된 점도 유의할 대목이다.
○ 새로운 전술 훈련?
북한의 이런 전술은 천안함이 침몰 당일 백령도에 근접한 이유와도 관련이 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4월 2일 “북한이 방사포, 지대함미사일 등으로 공격할 경우 섬을 활용해 피할 수 있도록 백령도 뒤쪽으로 기동하는 작전을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차분한 서해5도
서해 최북단 섬인 인천 옹진군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해5도 주민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김정섭 백령면장(52)은 “북한에서 발사한 포성이 10여 분간 계속 들렸다”며 “최북단 섬에 살고 있어 북한의 발포는 늘 겪어온 일이라 주민들이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백령도 주민 손학진 씨(33)도 “평소에도 북한에서 포성이 자주 들리기 때문에 주민들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며 “합동기동훈련으로 대부분의 어선이 오전에 조업을 마치고 되돌아와 피해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해상 55대승호 나포에 이어 북한이 해안포를 발사한 데 대해 일부 주민은 남북 간의 긴장과 대치상태가 더 악화될 것을 우려했다. 특히 천안함 사건으로 급감했다가 휴가철을 맞아 조금씩 늘고 있는 관광객이 줄어들까봐 걱정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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