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공모는 지난해 12월 113개 팀이 참가한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선정된 5개 팀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최종 결과 발표 예정 시기는 5월 말이었다. 그런데 미술관 측은 7월 20일에야 설계공모 공고문을 참가자들에게 배포하고 ‘7월 29일 작품 접수를 마감한다’고 알렸다. 6월 9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미술관 용지 안에 조선시대 종친부(宗親府) 건물을 이전 복원하기로 결정하면서 설계 지침을 변경해야 했기 때문이다.
종친부 건물 복원에 필요한 땅은 약 2000m²다. 강승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은 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애초부터 복원 가능성을 감안해야 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공모 참가자들이 설계 작업에 지장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복원 결정이 나오고 나서 부랴부랴 설계 지침을 바꾸고 최종 마감일을 정한 국립현대미술관의 행보는 공모 시기와 방법이 합리적이었는지 의심하게 만든다. 공모를 시작하면서 미술관이 공지했던 건물 총면적은 3만3000m². 6월 변경된 지침은 여기에 ±20%의 조율을 인정했다. 한 달 남짓한 기간에 설계를 수정해야 하는 참가자들에게 10층 높이 오피스빌딩 건물만큼의 공간을 ‘허용 가능한 변수’로 제시한 셈이다.
이번 미술관 설계공모는 디자인의 독창성보다 참가 설계사무소의 규모나 경험을 중시해온 오랜 관행을 적잖이 극복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당선안을 바탕으로 본 설계에 착수하겠지만 현재의 계획을 어느 정도나 그대로 살릴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당선안의 주제는 ‘셰이플리스니스(shapelessness·不定形)’다. 국내 설계공모에는 당선안과 판이한 형태의 건물이 지어지는 일이 드물지 않다. 공모 과정에서 나타난 허술함을 보완하지 못한다면 새 미술관도 그 같은 전례의 답습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손택균 문화부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