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서울시장기축구대회 겸 전국체전 서울시 일반부 선발전 결승. 아마추어리그인 K3 서울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연장전 끝에 N리그의 험멜에 2-3으로 진 뒤 두 번 울었다. 2-1로 앞서다 노골적으로 험멜을 봐주는 심판 때문에 울었고 경기가 끝난 뒤 자신들을 뒷바라지해줬던 조점호 고문(52)의 운명 소식에 다시 울었다.
이날 서울 선수들은 우승컵을 조 고문에게 바칠 생각이었다. 조 고문은 2007년 창단 때 부사장으로 시작해 그해 말 사장을 맡아 연간 수천만 원의 개인 돈을 써가며 어려운 팀 살림을 책임져왔다. 건강이 좋지 않아 3월 고문으로 물러났지만 직장 일을 하면서 주 2회 훈련하는 ‘풀뿌리’ K3가 발전해야 한국축구가 든든해진다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한 달 전 간경화와 당뇨합병증으로 쓰러져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한 조 고문에게 선수들이 유일하게 해줄 수 있는 게 이번 우승컵이었다. 그게 눈앞에서 날아갔고 조 고문까지 세상을 떴으니 선수들의 가슴은 더 미어졌던 것이다. 원호인 서울 단장은 “팀의 한 축이 빠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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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고문이 이렇게 한국축구를 생각했는데 편파 판정이란 고질적인 문제 탓에 ‘특별한’ 우승컵을 안아보지 못하고 이승을 떠나게 돼 주변 인물들은 더욱 안타까워했다. 경기를 지켜본 프리스타일 축구의 제왕 우희용 씨는 “조 고문이 한국축구의 썩은 모습을 보고 떠났다”며 눈물을 흘렸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발인은 23일 오전 9시 30분 삼성서울병원. 02-3410-6905
양종구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