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서경’ ‘武成’편에서 ‘重民五敎(중민오교)하되 惟食喪祭(유식상제)라 하니라’라고 해서 ‘백성의 五敎(五倫)를 중히 여기되 식량과 상례와 제례를 함께하였다’고 한 말과 유사하되 앞부분이 다르다. ‘무성’편에서는 오교(오륜)를 중시한 것과 백성의 식량과 상례, 제례를 함께한 것을 병렬시켰으나 ‘요왈’의 이 장에서는 정치에서 중시한 것이 백성의 식량과 상례, 제례였다고 했다. 정약용은 ‘무성’편은 후대의 위작으로, 문제의 구절은 ‘요왈’의 이 구절을 변형시킨 것이라고 보았다.
箕子(기자)가 지었다는 ‘洪範(홍범)’은 나라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여덟 가지를 八政이란 이름으로 정리했다. 곧 食(식) 貨(화) 祀(사) 司空(사공) 司徒(사도) 司寇(사구) 賓(빈) 師(사)이다. 음식 재물 제사를 먼저 꼽은 것은 ‘요왈’편이 식량 상례 제례를 중시한 것과 통한다. 정약용은 養生送死(양생송사)를 존중하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해석했다. 백성이 자신의 부모를 살아계실 때 잘 봉양하고 부모가 돌아가시면 제대로 장사 지내고 제사를 올려 유감이 없도록 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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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