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은행권이 부동산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대폭 강화하는 등 위기 관리 경영에 나서고 있다. 겉으로는 “대출 규제가 충분했던 만큼 당장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밝히면서도 자산 늘리기 경쟁에서 효자 노릇을 했던 주택담보대출이 골칫덩이로 전락하지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대출 규제 완화 방침이 은행의 건전성과 수익성에는 독(毒)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정부가 22일 내놓을 ‘부동산거래 활성화 방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정부가 대출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리스크 관리를 위해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부동산담보대출 리스크 관리 강화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곳은 은행권에서 주택담보대출 점유율이 가장 높은 국민은행이다. 담보대출 잔액이 약 72조 원으로 은행권 전체의 25%에 이르기 때문. KB금융지주는 최근 이사회에서 ‘국민은행 부동산경기 하락에 따른 영향 및 관리방안’을 논의한 뒤 부동산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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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은 만기가 돌아오는 부동산담보대출을 재평가한 뒤 대출금이 클 경우 10년 이하 장기로 분할 상환하는 기존 리스크관리 방안을 좀 더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외환은행도 단기 대출의 만기가 돌아오면 장기 대출로 유도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이미 2006년 말부터 정태영 사장의 지시로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선제적인 관리를 해오고 있다.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10% 이내로 유지하고 있으며 위험도가 높은 담보대출에 대해서는 보험에 가입해 회사에 끼치는 손실을 최소화하고 있다.
○정부 규제 완화 ‘득보다 실’
은행권에서는 정치권 및 정부의 부동산규제 완화 방침에 대해서도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부동산시장의 거래 활성화를 위해 대출 규제를 일부 완화하면 새로운 영업기회가 생길 수 있지만 자칫 무리한 대출 수요를 일으켜 연체율을 비롯한 가계부채 관리가 더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같으면 대출 규제 완화가 득실이 엇비슷한 양날의 칼이었지만 주택가격이 대세 하락기로 접어들었다는 예측이 우세한 지금으로서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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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의 우려는 지난해 9월 정부가 DTI 규제를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한 뒤 주택담보대출이 줄기는커녕 늘어난 데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현재 금융회사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41조868억 원(추정치)으로 지난해 말보다는 12조2555억 원, 대출 규제가 강화된 작년 9월보다는 20조 원 넘게 증가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전체 가계대출 증가 추정액 15조8043억 원 가운데 77.5%가 주택담보대출이었다. 장기간 저금리에 빚을 내서 집을 샀거나 집을 담보로 생활자금 등을 빌린 경우가 많았던 셈이다.
한은 관계자는 “대출 규제를 급격히 완화해 주택담보대출이 갑자기 늘어나면 앞으로 금리 상승 때 가계의 원리금 부담이 매우 무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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