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민속학/표인주 지음/태학사
전남대 국문과 교수인 저자는 호남지역 축제를 체계적으로 연구 정리했다. 이 책은 축제의 개념과 본질, 혼인과 제사를 포괄하는 가정축제, 통합의 장인 마을축제, 오늘날의 지역축제로 크게 나눠 분석했다. 축제는 가장 작은 사회단위인 가정에서 시작해 점점 규모를 확대하며 발전한다. 각각의 장에서 의례의 기원과 뜻, 절차, 의미 등을 상세히 기록했다.
가정축제에서 명절이 빠질 수 없다. 저자는 진도의 대보름 명절을 들여다봤다. 한 해 농사가 잘되기를 기원하는 잡곡밥 먹기, 더위팔기, 논밭둑 태우기, 귀밝이술 마시기 등 여느 지역과 비슷한 행사를 치르지만 진도 특유의 전통인 ‘반지락 부르기’도 있다. 예부터 조개와 바지락을 팔아 식량과 교환했던 부녀들이 정월 저녁 금갑리 해안으로 나가 “모두 깔따구는 모두 다른 마을로 가고 금갑 개창에 반지락만 오시오” 하고 크게 외치는 풍습이다. ‘반지락’은 바지락을, ‘모두 깔따구’는 모기 각다귀(커다란 모기)를 가리킨다.
마을축제는 구성원에게 일체감을 주고 풍요를 기원한다는 점에서 가정축제와 같지만 정치적 사회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의미와 규모가 확대된다. 마을축제는 흔히 남성 중심으로 인식되지만 전북 완주와 정읍에서는 여성 중심으로 전승됐다. 여성들은 정월 보름 당산제가 끝난 뒤 인근 마을에서 디딜방아를 훔쳐 마을 입구에 세우고 그 위에 피나 황토를 묻힌 고쟁이를 뒤집어씌웠다. 이는 잡귀의 범접을 막고 성의 해방감을 통해 풍요로운 생산을 도모하는 의식이었다. 마을축제는 산악이나 평야 등 위치한 지형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콘텐츠에 따라 제사형과 풍물형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지역 특색에 맞춰 지역축제가 어떻게 전승됐는지 설명하고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을 제시했다. 저자는 먼저 현재 열리고 있는 호남 지역축제를 시기와 유형별로 분류한 뒤 지역축제가 발전적으로 계승되기 위해선 △내용에 맞게 축제 명칭을 바꾸고 △개최 시기를 통합 또는 분산하며 △지역 특수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설을 활용해 지역축제의 정체성을 확보한 영암 왕인문화제와 진도 영등축제를 예로 내세웠다. 저자는 “전통 축제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이론적 뒷받침이 돼야 오늘날 축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