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이라니? 선물로 꽁치라도 구워 왔단 말인가? 설마…. 짧은 순간 여러 생각이 스친 임 양이 “생선이라니,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묻자 최 군이 답했다. “‘생일선물’의 줄임말이잖아! 넌 그것도 모르냐?” 최 군이 준 ‘생선’은 결국 샤프, 지우개, 노트로 밝혀졌다.
초중고생 사이에선 줄임말이 대세다. ‘글설리’(글쓴이를 설레게 하는 리플),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등 인터넷에서 파생된 신조어가 일상 속에서도 쓰이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닐 터. 하지만 요즘 학생들, 별별 말을 다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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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2 장모 양(17·서울 종로구)은 “예를 들어 ‘나 오늘 버스카드 충전해야함’을 표현할 때 ‘나 오늘 뻐카충’으로 쓰면 훨씬 빠르고 경제적으로 말을 전달할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이 설명하는 또 다른 이유는 ‘재미’ 때문이다. 다음은 초등 6학년 신모 양(12·서울 종로구)의 말.
“같은 뜻이라도 짧게 줄여 말하니까 왠지 새로운 단어 같아서 재밌어요. 또 어른들은 못 알아듣는, 우리만의 말을 만들어낸 것 같기도 하고요. 점심시간에 ‘내 방토 먹을 사람?’ ‘너 방토 나 줘’라며 대화를 나눴는데 선생님이 ‘방토’가 뭐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특별히 가르쳐 드렸죠. 방울토마토라고.”
어떤 학생들은 간혹 줄임말로 교사 눈을 피해 변명할 여지를 남겨놓는 효과를 노리기도 한다. 고1 조모 양(16·서울 서대문구)은 어느 날 등굣길에 친구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야, 교문에 생지 떴다’. ‘생지’는 학생들의 매무새와 품행을 지도하는 ‘생활지도부’의 줄임말. 문자를 해석하면 ‘야, 교문에 생활지도부 선생님 계신다’ 정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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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요즘 유행하는 줄임말 몇 가지. ‘후후’는 ‘프렌치 후라이’, ‘전쪽’은 ‘전체쪽지’, ‘개쪽’은 ‘개별쪽지’, ‘문상’은 ‘문화상품권’이다. 또 영어 약자를 사용한 특수 경우로는 ‘SC’가 있다. ‘센 척’의 줄임말이다.
장재원 기자 j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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