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가 부채의 지불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한 것은 성급했지만 지방자치단체발(發) 재정위기의 가능성을 새삼 일깨웠다. 지자체 전체로 보면 2008년엔 20조 원 흑자(통합재정수지 기준)였으나 지난해에는 7조 원 적자였다. 세수(稅收)는 줄어든 반면에 경기부양과 복지를 위한 지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지출과 세입 양쪽의 여건을 모두 개선하지 않으면 올해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달 취임한 자치단체장들은 현실에 아랑곳하지 않고 선심성 공약사업을 추진할 태세다. 광역자치단체장과 교육감 32명이 내건 주요 공약사업에 230조 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지방세 수입 4조7000억 원으로는 지자체 인건비 5조5000억 원에도 모자란다. 2008년부터 급증한 지방채 잔액이 지난해 말 현재 25조 원에 이른다. 최근 급증한 지방공기업 부채는 50조 원 수준이다. 이런 형편에서 단체장들이 방만하게 공약사업에 매달리다가는 사실상 지방재정의 부도 사태를 부를 수 있다.
미국은 지자체 파산제도를, 일본은 재정위기 지자체에 대한 재정재건 제도를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는 이런 제도를 두지 않고 있다. 중앙정부가 지자체 재정의 40%를 지원하고 재정 부족 시 보통교부세로 보충해준다. 지자체 재정은 우선 지자체가 건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하지만 중앙정부의 관리 책임도 크다. 정부가 지자체 재정을 사후적으로 진단 평가만 할 게 아니라 재정위기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
광고 로드중
우리나라에서 재정난을 낳을 1순위 후보는 공기업과 지자체다. 중앙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재정위기의 싹을 묵과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빚이 과다하거나 세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자체에 대해 경고하고 자구 노력을 촉구하거나 직접 개입에 나서야 한다. 단체장들은 자신들의 포퓰리즘 정치를 위해 국민에게 ‘빚더미 재앙’을 떠안기지 말라. 지방의회는 단체장의 공약사업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