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키스 미 케이트’ 연출 ★★★★☆ 노래 ★★★★
뮤지컬 ‘키스 미 케이트’에서 ‘프레드’(남경주·오른쪽)가 천방지축 날뛰는 말괄량이 ‘릴리’(최정원)를 힘으로 제압하고 있다. 사진 제공 신시컴퍼니
뮤지컬은 극중극의 형식을 띤다. 연극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공연하는 무대와 무대 뒤 풍경이 주 배경이다. 최정원(릴리 바네시)과 남경주(프레드 그레함)는 무대 밖에서는 이혼한 부부지만 ‘말괄량이 길들이기’에는 연인으로 출연하며 옥신각신 사랑 다툼의 코미디를 보여준다. 이런 이중의 구조가 “무대 속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공연일지라도 ‘키스 미 케이트’는 현실의 세계가 아닐까”라는 착각을 불러온다. 중반 이후에는 두 공연이 뒤죽박죽 섞이며 관객들을 한층 몰입하게 만든다.
9년 전 공연과 비교해 대사 및 음악에 큰 변화는 없다. 초연에서 ‘로아레인’을 맡았던 최정원이 ‘릴리’로 변신했고, 가수 아이비(본명 박은혜)가 ‘로아레인’을 새로 맡은 것이 큰 변화다. 최정원은 ‘말괄량이 길들이기’ 속에서 괴팍한 성격의 노처녀로, 무대 밖에서는 고상한 톱 여배우 역을 맡으며 농익은 연기를 한껏 펼쳤다. “남자 싫어”를 외치며 홀로 무대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그의 모습은 단연 압권이다. 남경주 또한 최정원 못지않은 폭발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두 명의 조폭이 펼치는 ‘깜찍한’ 감초 연기가 더해져 2시간 20분의 공연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흥미롭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i: 4만∼12만 원. 8월 14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