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정책 변화형 동대문운동장 → ‘∼역사문화공원’
③ 시대 반영형 ‘가리봉’이 ‘가산디지털단지’ 로
“30년 역사가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을까….” 올해로 오픈 30주년을 맞은 서울지하철 2호선 성내역. 서른 살 먹은 이 역은 다음 달 말 ‘잠실나루’라는 이름으로 간판을 바꿔 단다. 이름만 바꾸는 것이 아니다. “다음 역은 성내, 성내역입니다. 내리실 문은…”이라는 안내 방송을 바꾸는 것부터 출입구 앞 ‘성내’라 적힌 기둥(사인폴)도 뽑아야 한다. 서울시 교통정책과가 잡은 개명(改名) 예산만 약 1억 원 수준이다. “일을 만든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성내역을 비롯한 그동안 지하철역 개명 과정 속에는 저마다 사연이 숨어 있다.
○ 역 개명에 인터넷 투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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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개명은 전문가 10명으로 이루어진 서울시 지명위원회를 통해 이루어진다. 역 개명에 2년이나 걸린 것에 대해 신용목 서울시 교통정책담당관은 “지역 주민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며 “의견을 모으다 보니 2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7호선 뚝섬유원지역도 원래는 자양역이었지만 주민들이 뚝섬유원지가 더 알기 쉽다며 개명을 요청해 변경된 사례다.
그러나 모든 역 개명 과정이 오래 걸리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정책에 의한 역 개명은 비교적 빠르다. 중구와 동대문구의 중심지였던 2, 4, 5호선 동대문운동장역이 대표적. 이 역은 최근 서울시가 동대문운동장을 헐고 그 자리에 역사문화공원을 조성하자 더는 ‘동대문운동장’이라는 이름이 필요 없게 돼 지난해 12월 역 이름이 바뀌었다. 정책이 변화할 때마다 역 이름이 바뀐 경우도 있다. 5호선 김포공항역은 인천국제공항이 들어서기 전까지 영어명이 ‘김포 인터내셔널 에어포트’였으나 국제선 업무가 인천공항으로 넘어가자 2001년 ‘김포 에어포트’로 바뀌었다. 그러나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일부 지역에 노선이 생기자 2004년 다시 ‘인터내셔널’을 넣어야 했다.
○ 역 이름 하나로 동네 이미지가 바뀌어
1974년 지하철 1호선이 개통된 이래 36년간 지하철역 이름이 바뀐 것은 총 35차례. 개명에 대한 지명위원회 입장은 상당히 보수적이다. 서울대로부터 1.5km 떨어진 서울대입구역이나 서초동과 역삼동 자리에 있는 강남역은 ‘뜬금없다’며 개명 대상 1호로 꼽히지만 이미 그 지역을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됐기에 “되도록 바꾸지 말자”는 결론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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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개명은 1∼4호선보다 5∼8호선 등 최근 지어지는 역을 중심으로 일어난다. 이진우 서울시 교통정책 주무관은 “과거엔 정부 주도하에 역 이름이 바뀐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인터넷, 모바일을 통해 지역 주민들이 구나 시에 의견이나 주장을 적극적으로 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