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것은 수도권 2기 신도시다. 2004년부터 쏟아진 2기 신도시는 도시 수로 13곳, 가구 수로 71만 채다. 여기에 인천 경제자유구역인 송도, 청라, 영종에 17만 채가 지어지고 있다. 2기 신도시가 자리를 못 잡고 있는 것은 아파트 완공 후 상품성이 기대치를 못 따라가는 데다 교통시설이 불편하거나 가치 있는 기반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2기 신도시를 이끌어나갈 핵심 상업시설, 랜드마크 프로젝트 등 건설 계획이 늦어지거나 아예 흐지부지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면서 신도시의 상품가치도 하한가로 치닫고 있다. 도시계획을 하면서 만들어지는 중심지구는 각종 기반시설을 바탕으로 도시의 인구가 모여들도록 설계된 ‘노른자위’다. 이곳은 대개 민관 공모로 이루어져 높은 땅값을 지불하고 우수한 제안을 한 응찰자에게 돌아가지만 수요창출과 자금조달에 실패해 줄줄이 파행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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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성남시 판교신도시는 서울 강남과도 가깝고 분당과도 붙어 있어 훨씬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면 실망이 더하다. 2010년 들어오기로 한 신분당선 판교역은 1년 이상 연기됐고, 2009년 이전 착공 예정이던 판교 중심사업지 개발사업인 ‘알파돔시티’는 몇 번의 착공 연기 끝에 땅값 중도금조차 지불하지 못한 상태로 사업 포기를 앞두고 있다.
광교신도시 중심지역에 위치한 랜드마크 사업인 비즈니스파크는 두 번이나 공모를 실시했지만 사업자로 나서겠다는 응찰업체 자체가 없다. 건설사와 금융권 등 사업계획안을 낼 주체와 자금을 조달할 당사자가 신도시 사업시행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피해자는 신도시 입주민들이다. 판교 주민은 앞으로도 몇 년간 분당으로 쇼핑을 나서야 하고 동탄 주민은 수원으로 백화점을 찾아가야 한다. 도시 자체의 자생력이 거의 밑바닥 수준인 베드타운 신도시의 모습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 밖에 파주, 김포, 송도, 청라 등도 나을 게 없다.
현실이 이러니 신도시의 활력과 동력은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고 집값에 대한 미래가치도 기대요소가 없다. 일단 도시 태생의 첫 번째 목적이 삶의 공간 창출이 아닌 부동산 가격 폭등에 대한 방어였기 때문에 생각과 준비가 부족했다. 이런 것까지 모두 예측하고 아파트 분양을 받았어야 했다며 신도시 주택을 분양받은 사람들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면, 신도시를 기획한 행정기관과 사업 시행자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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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닥스플랜 대표 drbong@dakspl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