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과 페미니즘/하이다 모기시 지음·문은영 옮김/295쪽·1만5000원·프로네시스
저자는 무슬림 여성이자 사회학자이며 이란 여성연합의 창립자이기도 하다. 그는 이 책에서 무슬림 여성의 인권 문제가 어떤 식으로 서구와 이슬람 지식인들에게 이용돼 왔는지를 밝히고 미래를 전망한다.
벨기에 프랑스 등 유럽 여러 국가가 착용을 전면 금지하며 일어난 히잡 논란은 여전히 무슬림 여성의 인권이 해결되지 않은 문제임을 상기시켰다. 무슬림 여성이자 사회학자인 저자는 무슬림 여성 인권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를 소개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저자는 이 같은 이슬람 사회의 시도가 상당 부분 서구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 역시 지적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서구의 지식, 합리성, 근대성에 대한 거부에서 시작됐다. 그 결과 문화적 다양성과 상대주의를 강조하며 서구 중심의 근대화를 반대한다. 서구에 격렬한 거부반응을 보이는 이슬람원리주의와 일부분 공통점을 가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포스트모더니즘 사상은 무슬림 여성의 인권 문제까지도 다양성과 상대주의의 범주에 놓으며, 그동안의 여성인권신장을 부정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이 이슬람원리주의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이를 통해 무슬림 여성의 인권이 주로 서구에서 유입된 담론을 바탕으로 이야기돼 왔음을 드러낸다. 동시에 이란의 여성인권탄압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소개하며 여성인권운동이 이슬람 사회 내부의 여성들에게서 촉발되고 있다는 것도 보여준다. 저자는 무슬림 여성의 인권 문제는 ‘여성들이 (여성 억압에 대한) 반대 담론과 반문화 정치학을 형성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을 때’ 비로소 해결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