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각본 없는 드라마다."
브라질의 축구 황제 펠레가 자주 하는 말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도 대회 전 예상을 깨는 극적인 반전 드라마가 연출돼 팬들을 웃고 울렸다. 남아공 월드컵 '최고의 반전, 최악의 반전' 베스트 3을 꼽아봤다.
● 최고의 반전
'죽음의 조' A조에 속했던 우루과이에 대한 대회 직전 평가였다. 남미 예선에서 5위로 턱걸이 해 플레이오프까지 치른 우루과이의 본선 경쟁력에 대해선 자국 언론마저 회의적이었다. 한 일간지는 "브라질, 아르헨티나와 달리 큰 대회 경험이 적은 우루과이는 세계의 벽을 넘기 힘들다"고 냉소했다. 하지만 이를 비웃듯 우루과이는 두 팀의 성적을 훌쩍 뛰어넘었다. 예선에서 21골을 내줘 '구멍'으로 지적받은 수비라인은 본선에서 철벽 수비진으로 거듭났다.
②감독부터 바꿔라?
그 감독이 어느새 국민 영웅이 됐다. 월드컵 조 추점 뒤 일본의 오카다 다케시 감독이 "4강이 목표"라고 하자 전 세계가 코웃음을 쳤다. 평가전에서 1무 4패로 부진할 땐 퇴진 운동까지 일어났다. 하지만 본선이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강호 카메룬, 덴마크를 연파했다. '지루한 수비축구'라던 비난은 '세련된 실리축구'란 찬사로 바뀌었다. 16강전에서 파라과이에 승부차기 끝에 석패했지만 일본은 행복한 6월을 보냈다.
①역대 최약체 라인업?
●최악의 반전
③이번만큼은 다르다?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뻥 축구'는 여전했다. 고질적인 골키퍼 문제는 끝까지 발목을 잡았다. 대회 전만 해도 초호화 멤버를 보유한 잉글랜드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다. 유럽 예선에서 터뜨린 34골은 본선 진출국 가운데 최다. 하지만 이번에도 아니었다. 간신히 16강에 오르더니 독일 전 1-4 패배란 대형 참사로 44년 만의 우승 대신 민망한 귀국길에 올랐다. 잉글랜드 팬들은 지금 스트라이커 웨인 루니의 시원한 골 소식 대신 수비수 애슐리 콜의 스캔들 소식을 들으며 한숨을 쉬고 있다.
②나라면 기꺼이 돈 내고 보겠다?
①그래도 챔피언인데?
2회 연속 우승을 노리지 않았더라면 차라리 덜 부끄러웠을 듯하다. 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는 그래도 4강까진 무난할 것으로 보였다. 조 편성도 좋았다. 그러나 노쇠한 빗장 수비는 3경기도 버티지 못했다. 파라과이, 뉴질랜드에 비기며 불길한 조짐을 보이더니 슬로바키아에 3골이나 내주며 조기 탈락했다. 지난 대회 준 우승팀 프랑스는 더 심하다. 조별리그 1무 2패로 다른 팀들의 승점 제조기 역할만 했다. 대회 기간 내내 시끄러웠던 선수, 코칭스태프의 불협화음은 아직도 정리가 안 됐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