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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Q|강우석 감독의 삶과 영화] 강우석 “남 주기 아까워…직접 연출”

입력 | 2010-07-06 07:00:00

강우석 감독은 ‘이끼’에 대해 “17편의 연출작 가운데 가장 힘겨운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사진은 ‘이끼’의 한 장면. [사진제공=시네마서비스]


■ 강우석에게 듣는 ‘이끼’ 촬영 후일담

“이거 안하면 망한다 심정으로 올인
가장 공력 쏟은 작품…죽을 뻔했다
흥행? 건방지지만 최소 500만명?”


‘이끼’는 스릴러 장르의 서스펜스 드라마를 표방한다. 영화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한 시골 마을을 찾은 청년(박해일)과, 이장(정재영)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이 펼치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청년이 떠나가기를 바라는 마을 사람들. 그들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살벌하지만 의심스러운 기운에 청년은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파헤쳐가려 한다.

이 충돌의 과정이 빚어내는 인간의 이야기를 담아내면서 강우석 감독은 끊임없이 두통에 시달렸다. “어떤 작품보다 힘겨웠던, 그래서 인상 쓰고 신경 곤두선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 다른 사람들에게 촬영현장을 내보이지 않았다”고 말할 만큼.

‘이끼’ 시사회에서 관객들은 2시간 43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이 후딱 지나갔다는 중평을 내놓았다. 촬영이 끝나자 자신을 괴롭히던 두통도 씻은 듯 없어졌다는 그는 인터뷰에서 “죽을 뻔했다”며 웃었다.

- 개봉을 앞둔 느낌이 어떤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어느 정도 관객이 들지 감은 있지만…. 실패할 것 같지는 않다. 최소 500만명?”(기자가 받아적자 그는 “쓰지 마라. 건방지다고 욕먹는다”고 말했다.)

- 윤태호 작가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

“공동제작사인 렛츠필름의 김순호 대표가 투자해달라고 가져왔다. 투자를 결정하고 보니 남주기 아깝더라. 오케이! 내가 연출하겠다고 했다.”

- 어떤 부분이 그렇던가.

“진짜 영화적이었다. 우리 것, 우리 이야기라는 느낌이 확 왔다. 인물이나 스토리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어서 고민도 많았다. 만화 팬들로부터 ‘원작을 훼손하면 안된다’는 등 협박도 많이 받았다.(웃음)”

- 스릴러 장르가 다소 낯설지는 않았나.

“물론 서스펜스를 잘 몰고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많았다. 감각만으로 찍는 영화가 아니어서 사전 준비도 많이 해야 했다. 아마 가장 공력이 많이 들어간 작품일 거다.”

- 공력이라면.

“성격 강한 인물들이 여럿 등장한다. 이들을 아무런 이유 없이 퇴장시킬 순 없잖은가. 또 현란한 CG나 액션신은 많지 않지만 감정의 폭이 큰 영화이다. 끊임없이 긴장감을 몰고 가는 영화를 찍고 싶었다. 주인공인 정재영은 ‘이끼’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전북 무주 세트에 한참을 머물렀다. 다른 영화와 달리 촬영 전날 배우를 현장으로 부르기도 했다. 배우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숙소에 둘러앉아 가볍게 맥주를 마시며 작품에 대해 토론을 하게 되더라.”

- 자신감이 있어 보인다.

“나는 공을 질러놓고 뛰는 사람이다. 잡을 수 있다고 자신하기 때문이다. ‘이끼’는 죽으라고 찍었다.(웃음) 또 사람을 현혹하거나 사기를 치기 위해 어떤 무기도 쓰지 않는다.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이 영화가 흥행하지 않으면 무능한 감독이라고 하면 된다. 개봉하면 이미 소문이 다 날 텐데?!”

- 최근 시네마서비스의 투자작들의 잇딴 흥행부진으로 다소 힘겨운 시절도 보냈다.

“손실을 메워야 한다는 고통은 참 컸다. ‘안 해!’ 할 수 있지만 그게 되나. 푸념이다. 하지만 그게 영화를 만드는 에너지다. 이거 안 하면 망한다는 생각. 그럼 미친 듯 또 하게 된다. 하하! 감독으로서 갖는 창작 욕구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일하는 즐거움을 잘 모를 거다. 그렇게 함께 만든 영화에 관객들이 호응해주는 게 얼마나 좋은 지 아나.”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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