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경찰서 윤재인 경위2006년 입국 탈북자와 인연2008년 가족회의서 새식구로대 학에도 진학 간호사 꿈키워
“생큐 아빠, 비가 넘 많이 와용. 아빠 오늘 운전 조심하세용.”
2008년 여름 윤재인 경위 가족과 안수정 씨(왼쪽)가 인천 용유도에 가족여행을 가서 찍은 사진. 사진 제공 윤재인 경위
이미 장성한 1남 1녀를 둔 서울 양천경찰서 경무과 윤재인 경위(54)에게 안수정 씨(가명·27)라는 딸이 생긴 것은 2년 전의 일이다. 안 씨는 2006년 북한을 탈출해 중국과 제3국을 거쳐 혈혈단신 입국한 탈북자였고 윤 씨는 양천경찰서 정보보안과 경찰이었다. 2007년 7월 선임 관리인으로부터 안 씨의 신변보호를 넘겨받은 윤 경위는 몇 달 뒤 그의 ‘평생보호’를 맡기로 약속했다.
기특한 마음에 안 씨에게 연락하고 안부를 확인하는 시간이 늘어갔다. 서점 판매원, 옷가게 점원을 하면서도 간호사가 되겠다는 꿈을 잃지 않고 틈틈이 공부하는 안 씨를 보며 안쓰러운 마음도 커져갔다. 윤 경위에게는 딸이 한 명 있는데 공교롭게도 수정 씨와 같이 ‘정’자 돌림이었다. 그 생각에 이르자 결심이 섰다. “탈북자 보호 업무를 오래 해왔지만 그동안 내가 한 사람에게 진정 도움을 주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딸로 맞아들여 평생 돌보며 이 아이가 남한에서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결심을 하게 됐죠.”
2008년 초 윤 경위는 가족들에게 자신의 결심을 밝혔다. 가족들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윤 경위는 그때부터 가족 소풍을 갈 때, 외식을 할 때 안 씨를 불렀다. 그해 설날 고향의 본가에 가면서도 안 씨를 데리고 갔다. 윤 경위는 친척들에게 “내 딸입니다”라고 인사를 시켰다. 그해 3월 안 씨는 모 대학 간호대에 입학했다. 그리고 2008년 봄 어느 날부터 안 씨는 윤 경위를 ‘아빠’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윤 경위의 부인은 ‘엄마’, 윤 경위 아들과 딸은 오빠와 동생이 됐다.
지난달 30일 안 씨는 동생 혜정 씨(26)와 오붓하게 생일상을 함께했다. “내년 생일에는 꼭 아빠가 저녁식사를 사줄 겁니다.” 윤 경위가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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