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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예술로 상처 보듬고 하느님의 뜻사랑 전하죠”

입력 | 2010-07-02 03:00:00

新바람 新종교인
성바오로수도회 백기태 신부




전통문화예술을 미사 전례에 접목해 온 성바오로 수도회 백기태 신부. 한때 가톨릭 국악 합주단 ‘아리’ 단원에게서 단소를 배운 그는 “불어본 지 오래돼 소리가 나올지 모르겠네”라며 웃었다. 수줍은 듯 조용하지만 맑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자신의 존재 가치를 알지 못하면 불행해지고 상처를 받지요. 사람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고 행복해지도록 도와주는 게 종교의 역할입니다. 저는 우리의 전통예술로 그 역할을 다하고 싶었습니다.”

전통문화예술을 미사 전례에 접목해 지친 이들의 마음을 다독여온 성바오로수도회 백기태 신부(54). 1일 오전 서울 강북구 성바오로수도원에서 만난 백 신부는 기자에게 CD 한 장을 내밀었다. 2월에 나온 가톨릭 국악 합주단 ‘아리’의 묵상음악 음반이었다. 아리는 ‘아름다운 우리 소리’와 ‘아리고 쓰리다’의 줄임말로, 우리 가락으로 아픈 마음을 위로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병을 앓고 있을 때 적절한 치료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병을 예방할 수 있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1981년 성바오로수도회에 가입하면서 백 신부는 음악과 미술 무용 등 예술을 통해 영적으로 나약해진 사람들을 위로하겠다고 다짐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하느님의 뜻을 펼치는 게 자신의 소명이라 여겼다.

먼저 관심을 가진 건 전통무용. 2005년 한국무용으로 신앙을 표현하는 전통무용단 ‘아도라레’를 만들었다. 라틴어로 ‘찬양하다, 찬미하다’라는 뜻이다. 살풀이, 북춤 등의 전통 요소를 활용해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무용으로 표현했다. 아도라레 공연에 맞춰 연주할 수 있게 국악 합주단 아리도 2006년에 만들었다.

일이 쉽지는 않았다. 미사와 전통문화의 접목을 낯설어 하는 이도 있었고, 시간을 따로 내 무용을 하려는 신자를 찾기도 어려웠다. 2006년과 2007년 미사 때 종종 공연을 했던 아도라레는 2008년부터 활동이 침체돼 지금은 잠정적으로 쉬고 있는 상태. 그러나 백 신부는 9월에 다시 단원을 모집할 예정이다. 그는 “한국 고유의 찬양 무용은 아직 완전히 형태가 잡히지 않아 인식도 낮고 활동에 어려움이 많다”면서도 “나중에는 불교의 승무처럼 종교적, 예술적으로도 높게 평가될 수 있는 찬양 무용을 만들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아도라레 대신 가야금과 거문고 대금 아쟁 해금 등으로 이뤄진 아리의 활동이 활발해졌다. 아리는 매주 첫 번째 일요일 서울 마포구 아현동성당에서 국악 미사 전례를 연주한다. 주로 찬송가를 전통가락에 맞춰 편곡해 연주한다. 백 신부는 “한국인의 심성에 맞는 국악에 뿌리를 두고 현대 음악적 요소를 아울러 연주하니 신자들이 ‘마음이 평안해지고 듣기에 부담 없다’며 좋아한다”고 전했다.

이틀 전 발생한 한 연예인의 자살과 현대인의 우울증에 대해 물었다. “위로와 치유, 자기 확신이 없어서”란 답이 돌아왔다. 백 신부는 “사람들이 하느님을 만나러 나아가고 위안을 얻는 데는 음악 무용 같은 예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가톨릭 한국예술종합학교’ 설립을 최종 목표로 삼는 이유다.

수도원 마당엔 한복을 입은 여인이 역시 한복을 입은 아기를 들어 보이는 흰 조각상이 있다. 성모가 아기 예수를 세상에 내어 놓는 모습을 형상화한 성모상이다. 백 신부는 성모상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푸근해지죠? 우리네 모습을 담고 있어서예요. 전통예술을 활용한다면 한국 가톨릭만의 뿌리를 내릴 수 있고, 나아가 한국적 감성으로 더 따뜻하게 사람들을 보듬을 수 있다고 봅니다.”

“사람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고 행복해지도록 도와주는 게 종교의 역할입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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