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60주년 기념 뉴욕 유엔본부 ‘DMZ사진전’ 개막
28일 개막한 6·25전쟁 60주년 기념 비무장지대(DMZ) 사진전에는 각국 유엔대사들과 현지 한인언론인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박인국 주유엔대표부 대사,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 조지 브러즈기즈 미국참전용사회 뉴저지 주 지회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최병관 작가, 최맹호 동아일보 대표이사 부사장, 김명철 아메리카신한은행 행장, 토머스 맥휴 전미한국전참전용사회 기념사업회 의장. 뉴욕=이훈구 기자
반 총장, 北의 비난 우려 속 행사 승인… “정의 꽃피우자”
참전용사 “내가 있던 철원 전쟁터 옮겨 놓은 듯” 눈시울
유엔 회원국 대사 60여명 참석해 생명의 메시지에 탄성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축사를 통해 “DMZ 사진을 보면서 ‘자연은 인공적인 장벽을 뛰어넘는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며 “평화와 정의가 꽃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한국의 시각으로 본 DMZ가 북한 측의 비난을 살 수도 있다’는 유엔 스태프의 우려에도 유엔본부 내 사진전 개최를 직접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 허리를 가르고 있는 DMZ 사진전이 평화에 대한 중요성과 함께 자연보전의 소중함을 회원국들에 일깨워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딜리게이트 로비에서 성황리에 개막한 사진작가 최병관 씨의 6·25전쟁 60주년 기념 비무장지대(DMZ) 사진전. 최 씨가 수년간 DMZ를 오가며 촬영한 10만여 장의 사진 가운데 대표작 64점이 선보였다. 동아일보가 주최한 이번 사진전은 다음 달 9일까지 계속된다. 뉴욕=이훈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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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는 미국에 건너와 살고 있는 6·25전쟁 참전 동포들도 많이 참석했다. 뉴욕 퀸스에서 살고 있는 6·25 참전 소년학도 지원병전우회 미주지역본부 이춘길 본부장(76)은 “전장에서 총상을 입고 ‘나 좀 죽여다오’라고 말하던 전우의 얼굴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며 “오늘 DMZ 사진을 보면서 조국의 비극적인 역사가 빨리 끝나기를 기도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미국 터키 네덜란드 뉴질랜드 태국 필리핀 등 참전국 유엔 대사 또는 차석대사를 비롯해 북한과 교류가 많은 이집트의 마게드 압델라지즈 대사와 러시아의 콘스탄틴 돌고프 차석대사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헤르만 스하퍼르 네덜란드 대사는 “오늘 사진전을 보면서 한국이 아직도 6·25 참전국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고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사진작가 최병관 씨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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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최병관 씨(60·사진)는 28일(현지 시간) 유엔본부에서 열린 비무장지대(DMZ) 사진전 개막을 마친 뒤 “1998년 7월 1차 촬영 작업을 끝내면서 유엔에서 사진전을 열어 6·25전쟁 참전국들에 대한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아보자고 결심했다”며 소감을 밝혔다.
최 씨는 “60년 전 6·25전쟁이 발발해 한국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였을 때 유엔에서 16개국이 참전해 수많은 젊은 장병이 목숨을 바쳐 나라를 구해 줬다”며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그 큰 은혜에 대한 감사함을 전하기 위해 이곳까지 달려왔다”고 강조했다.
비무장지대 철조망 너머로 새파란 바닷물이 넘실댄다. 바다의 색깔이 맑고 곱다.
최 씨는 이어 “그동안 폭이 4km인 DMZ의 남쪽 2km만 촬영했기 때문에 북쪽 2km를 마저 찍어야 비로소 작품이 완성될 수 있다”며 “언젠가 북한의 허가를 받아 북쪽 DMZ를 촬영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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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질 무렵, 한국 병사 두 명이 초소에 투입되어 보초를 서고 있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장승처럼 우뚝 서 있는 뒷모습이 늠름하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