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FTA 어디로‘+α’ 신경전 예상美, 쇠고기-車 거론할 듯韓 “소비자 신뢰 회복안돼”향후 비준 절차는美 “11월까지 이견해소뒤 제출”한국은 본회의 상정 남겨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위한 시간표를 제시함에 따라 2007년 6월 협정문 서명 이후 3년간 표류해 온 한미 FTA가 다시 탄력을 받게 됐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미 의회 비준동의안 제출의 전제조건으로 밝힌 ‘새로운 논의’와 관련해 미국 정부가 추가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아 여전히 낙관하기는 이른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미 FTA의 쟁점과 향후 전망을 문답 형태로 정리해 본다.
Q. 오바마 대통령은 왜 한미 FTA 비준에 적극적인 자세로 돌아섰나.
마이크 프로먼 미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기자들과의 콘퍼런스콜에서 “한국에서 미국 제품의 시장점유율은 20년 동안 23%에서 9%로 떨어졌고 EU 등 다른 나라들이 한국과 FTA를 체결하고 있어 미국도 한미 FTA를 진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Q. 미국은 어떤 분야에서 추가 논의를 요구할까.
A. 자동차와 쇠고기가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3월 의회에 제출한 2010년 무역정책 어젠다 보고서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한미 FTA 비준에 앞서 자동차와 쇠고기 교역 관련 현안에 대처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자동차 부문에서는 이미 한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미국 차종에 대해 관세를 없애기로 협정문에 담은 상태다. 따라서 미국은 수입자동차의 배기가스량 제한 같은 비(非)관세장벽을 추가로 완화해 줄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Q. 한국 정부는 미국의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까.
A. 통상 전문가들은 새로운 논의의 수준이 협정문의 내용을 보완하는 ‘추가협상’ 또는 ‘추가논의’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재협상(renegotiation)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조정(adjustment)이라는 말을 썼다”며 “미국도 기존 텍스트를 고쳐서 될 일은 아니라고 인식하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의회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내용이 되지 않을까 예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공식 입장은 ‘미국 측의 요구는 기존 협정문에 모두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한미 FTA 비준의 물꼬를 터준 상황에서 미국 측의 요구를 무조건 외면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향후 협상 과정에서 ‘플러스알파’를 둘러싼 양측의 신경전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김 본부장은 “쇠고기의 경우 한국 소비자들의 신뢰가 회복되면 어떻게 하겠다고 했는데, 현재로서는 한국 소비자들의 신뢰가 회복됐다고 볼 수 있는 분명한 증거가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Q. 향후 양국의 비준 절차는….
11월은 오바마 대통령 취임 2년째를 맞아 실시되는 중간선거의 결과가 나오는 때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11월 중간선거가 끝나면 행정부는 물론 의원들로서도 FTA 문제를 논의하는 데 한결 여유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또 FTA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공화당이 하원 중간선거에서 다수당이 되면 비준안 통과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한국 국회에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통과될지도 관건이다. 한국은 지난해 4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동의안을 통과시켰지만 야당의 반대로 본회의 상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