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로 줄도산 공포저축銀PF대출 8조 부실우려기업 65곳 구조조정 대상은행권 3조 추가충당금 필요자기자본비율 하락 불가피
채권은행단 간사 은행인 우리은행의 이종휘 행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5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업상시위험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상당수 기업들이 구조조정 리스트에 대거 올랐다는 점에서 그동안 금융당국이 기업 구조조정 엄포만 놓았을 뿐 실제 노력은 소홀히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부동산 PF 대출의 부실 문제가 일찌감치 예고됐는데도 금융당국과 채권은행이 초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막대한 국민의 혈세를 투입해야 하는 지경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 건설업 부실 대형 업체로 확산
문제는 건설업이다. 건설사는 29곳에서 16곳으로 줄었지만 시행사까지 포함할 경우 37곳에서 33곳으로 소폭 줄어드는 데 그쳤다. 경기회복세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건설 경기 침체의 영향이 중소형 업체에서 대형 업체로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대상 건설사 9곳 중 시공능력 26위인 벽산건설을 비롯해 50위권 건설사가 5곳이나 포함됐다. 또 전체 구조조정 대상 기업 중 상장사로 분류된 16곳 가운데에도 건설사가 5곳이나 돼 건설업계에서는 ‘줄도산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이날 채권단이 구조조정 대상 기업 명단을 밝히지 않은 채 숫자만 공개하자 한국거래소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한일건설, 중앙건설, 남광토건, 벽산건설, 성지건설, 미주제강, 성원파이프, 중앙디자인, 네오세미테크, 톰보이, 엠비성산, 재영솔루텍 등 12개 기업에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 여부를 묻는 조회 공시를 요구했다.
○ PF 대책, ‘언 발에 오줌 누기’ 지적도
금융당국은 이번 공적자금 투입으로 저축은행의 PF 연체율이 10.6%에서 6.5%로 낮아지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7.47%에서 8.88%로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저축은행 부실은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부동산 경기가 계속 악화될 경우 이번 평가에서 ‘정상’ 또는 ‘보통’으로 분류됐던 PF 대출 8조6000억 원도 상당 부분 부실화될 수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며 “올해 안에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추가 부실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 강력한 구조조정 이어질 듯
구조조정을 해야 할 기업이 65곳에 이르면서 금융권의 손실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채무와 보증을 합친 신용공여액이 16조7000억 원이나 되는 탓에 3조 원 안팎의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한다. 은행권의 건전성 지표인 BIS 비율도 0.21%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7∼10월에 신용공여액 50억 원 이상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상시위험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나성엽 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