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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테이션/동아논평]놀고먹는 공공기관 감사 차라리 폐지하라

입력 | 2010-06-22 17:00:00




올해 하반기에 공공기관 감사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모양입니다. 공기업과 준 정부기관 101곳 가운데 35곳의 감사 자리가 올해 안에 임기가 만료되는데 정부는 '연임 불가' 원칙을 세웠다고 합니다.

공공기관 감사 자리는 집권 세력의 선거 전리품으로 간주되어 낙하산 논란을 빚어왔습니다. 올해 한꺼번에 감사 자리가 비게 되면 정치권 인사의 자리다툼이 예상됩니다.

정부가 공공기관 감사의 연임 불가 원칙을 세우고 이미 일부 감사에게는 개별적으로 이를 통보했다고 합니다. 일각에서는 2년 전 임명할 때부터 연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주지시켰다는 말도 있습니다.

정권 핵심부가 연임 불가 원칙을 세운 것을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권 창출에 기여했지만 이제껏 자리를 받지 못한 정치권 인사들의 불만을 해소하려고 연임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실제로 2년 전 공공기관 감사에 임명된 사람들 중에는 출마를 했거나 준비중인 정치권 인사들이 적지 않습니다.

감사를 오래 하다보면 기관 내부인의 시각에서 소속기관은 보게 되어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핑계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역할을 잘 하는 감사는 연임시키고, 실적이 떨어지는 감사는 교체하는 게 맞습니다.

공공기관 감사의 역할은 막중합니다. 감사가 하는 일은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주인인 국민을 대신해서 제대로 경영하고 있는지 감시하고 점검하고 확인하는 것입니다. 감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아까운 국민의 세금이 낭비될 것입니다.

그러나 공기업과 공공기관 감사는 언제부터인가 '일하는 자리'가 아니라 '놀고먹는 자리'가 돼버렸습니다. 집권당의 전리품으로 간주되어 정치권에서 기웃거리던 인물이나 퇴직관료들의 자리보전용으로 전락했습니다. 그래서 공기업 감사를 '꽃보직'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작년 말 공기업과 공공기관 감사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세금만 축내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공기업 감사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했습니다. 감사지침을 개정하고 감사가 내부 감사활동 보고서를 수시로 정부에 보고토록 했습니다. 감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공기업도 늘렸습니다.

개선이 필요한 사항들이지만 공공기관 감사 자리를 전리품으로 여기는 정부의 태도가 먼저 바뀌지 않는 한 공공기관 감사가 제 역할을 하기는 요원한 듯합니다. 놀고먹는 감사 자리는 차라리 폐지하는게 낫습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